방 안에서는 또 게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너는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햇빛 좋은 토요일 오후,
너는 창밖도 한 번 보지 않은 채
게임 속 세상에 빠져 있었다.
"조금만 쉬었다 해라."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너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
"알았어."
그 말은 언제나 같은 뜻이었다.
'조금만 더' 하다가
'조금만 더'를 반복하는 것.
시간이 지나도 방 안의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너 지금 몇 시간 째야? 이게 할 짓이냐?"
너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빠는 왜 맨날 잔소리야? 나도 쉬는 거야."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나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걱정했던 마음이 억울함으로 바뀌었고,
걱정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졌다.
"쉬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책 한 장은 보냐, 운동은 하냐?"
내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너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아예 대화를 끊어버렸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은 채
한참을 그렇게 냉각된 공기 속에 있었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게임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게임은 단지 이유였을 뿐,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너와 나 사이의 작은 전쟁이었다는 것을.
나는 게임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고,
너는 그 안에서 나름의 스트레스와 자유를 풀고 있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뿐인데,
우리는 끝없는 오해 속에서
서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조심스럽게 네 방문 앞에 섰다.
문을 열지는 않았다.
다만 문 너머로 조용히 말했다.
"걱정돼서 그랬어.
너랑 싸우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아무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내 목소리의 진심이,
언젠가는 네 마음에도 닿을 거라고.
사춘기라는 이름의 시간은
이렇게 이해하지 못한 채 부딪히고,
또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것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너와 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을
서툰 사랑을 배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