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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Mar 25. 2024

[점집과 우주인] 이야기

3학년 라라는 꿈이 많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대부분은 꿈이 없어 뭐해야 할지 늘 고민이던데 라라는 오히려 너무 많아 고민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되고 싶은 꿈 이야기해 보자, 미래의 명함을 만들어보자, 꿈을 이루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알아보자고 하며 진로교육을 할 때면 난감해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진로체험을 할 때도 관심 있는 분야의 체험이 아니라 그냥 지금 재미있을 것 같은 체험을 골라 오늘의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요.


라라가 되고 싶은 직업은 꽤 여러 가지입니다. 만화가, 작가, 선생님, 요리사, 아이돌, 발레리나, 지구과학자, 기상학자 등 이 있습니다.

1학년 루루도 언니 따라 다양한 직업을 꿈꿉니다. 피아니스트, 작가, 요리사, 의류 디자이너, 화가 등입니다.

둘의 관심분야가 느껴지나요?

라라는 그림 그리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도 즐겨하며, 지구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루루는 피아노를 즐겨 치고, 그림 그리는 것과 다양한 인형들의 옷을 그리고 자르고 만들어 노는 활동을 즐겨합니다.




작년 4학년을 가르칠 때 아이가 쓴 그림책이 생각납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진로교육에 관한 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었거든요. 제목은 [점집과 우주인]이라는 책입니다. 제목이 독특하죠?

아이는 꿈이 없습니다. 매일 엄마에게 구박을 받습니다. 참다못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점집에 가게 됩니다. 아주 용하다는 점집이지요. 점쟁이는 아이를 보고 우주인이 잘 어울리겠다며 도전해 보라고 점괘를 내주었습니다. 그 뒤로 아이는 우주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해 결국 우주인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나타납니다. 사실 아이는 겁이 많고 고소공포증이 있었던 것입니다. 당장 우주선을 타고 출발해야 하지만 매일같이 죽을 맛입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적응할 수가 없았습니다. 우주선이 출발하는 당일까지 무너진 아이는 결국 우주선을 타지 못한 채 떠나보냅니다. 점집을 다시 찾아가 보지만 이미 폐업한 지 오래였습니다.

자신의 재능과 호기심이 아닌 다른 사람이 정해준 꿈은 내 꿈이 아닙니다. 결국 그림책 속 아이는 수많은 시간과 인생을 낭비한 셈이죠.



저는 아이들이 어떤 것이 흥미를 가질 때마다 항상 응원해 줍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라라가 1학년때 아이돌이 된다고 했을 때 라라의 할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지만, 저는 더 열심히 응원해 주었습니다.

"아이돌이 되려면 노래도 잘해야 하고, 춤도 잘 쳐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서는 용기가 필요해!"

아이돌 댄스 강습을 받게 도와주고, 친구들과 함께 춤추는 영상을 찍어주고, 용기 있게 친구들 앞에 나설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또 물어봅니다.

"그러다 진짜 아이돌 된다고 맨날 춤만 추러 다니면 어떻게 할래?"

저는 상관없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선택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도와주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라라에게 춤과 노래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요. 1년이 지나자 스스로도 알았지만 아직 꿈목록에서 지워버리기는 아쉬운가 봅니다. 여전히 아이돌이 꿈목록에 있습니다. 다만 순위가 저 뒤로 밀려나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찾아나가면 좋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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