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계절의 끝이 시작되었고,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시간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일시적인 '마지막'
나의 마지막 이길 바랐던 그는
이 겨울의 밤 공기처럼 차갑게 떠났다.
다음 해가 온다 해도 여전히 겨울이겠지,
내 마음처럼...
하지만, 다시 봄은 올 것이고
이 ‘앓이’로 단단해진 심장 역시 녹아서 풀어지겠지.
사랑 앞에 서 있던 나는,
그 사람 이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돌아오지 않음을 인정하고 나니,
무엇을 해야 할 지가 조금씩보였다.
우리 두 사람의 상황도, 사람들의 시선도,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도,
어쩔 수 없는 현실과 미래까지도..
사랑해 마지않던 나의 가을에 내게 올 줄 알았던,
나 혼자만 절절했던 사랑.
묵묵히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나의 몫.
시간아 빨리 흘러라.
모든 시간에 그가 존재했던, 지금이 어서 지나도록..
그가 떠난, 시리고 추운 이 겨울이
어서어서 지나도록..
아마도 나는 평생 겨울을 싫어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