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
마침표가 찍혔다.
[미안합니다.]
그는 글자 속에 진심이 담기길 바랐다지만,
그저 내 눈에 읽힌 건 마침표였다.
끝이 났다.
놓지 못하고 끌고 온 길고 긴 문장에 결국 마침표가 찍히고 말았다. 이미 눈을 감아도 외울 정도로 박혀버린 그가 담긴 문장은 아픔의 강도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끊임없이 날 아프게 했다.
온갖 그럴싸한 단어를 나열해 가며 결말을 외면하다 결국 문장을 끝맺었다. 괜찮아 보이게 만들 단어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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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직하면 안 됐다.
전부 지워버려야 하는 글이었다. 무수히 많은 글자를 지우려니 내가 지워지는 것만 같아 마침표로 글을 간직하기로 한 것이다. 남겨진 글을 읽고 또 읽어서 그 속에 있는 그와 마주하며 아픔에 더뎌지기로 한 것이다.
모든 페이지에 그가 그려져 있다.
모든 페이지에 그가 담겨있다.
읽고 또 읽으며 더뎌지고 싶은데 그가 담긴 첫 장조차 넘기질 못한다. 자꾸만 눈길이 멈춘다.
***
마침표를 찍었다.
그에게 향하는 마음이 그 어떤 단어로도 연결되지 못하도록 마침표를 찍었다.
그가 찍은 마침표와 나의 마침표의 의미는 달랐지만 결국 그 기능은 같았다.
끝맺음.
서로에게 향하는 각자의 마음을 끝맺기 위해 우리의 시간이 담긴 글에 마침표를 찍었다.
붙잡지 못한 나의 마음에 그는 결국 마침표를 택했다.
지워도 선명한 자국에 나는 그 자국만큼이라도 기억하기 위해 마침표를 택했다.
글로 적어 쏟아내면 나아질까 하여
적당한 단어를 찾다가 나에게 실망합니다.
그리움이라 적지 않으려 했지만, 그대를 떠올리면 가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사랑이라 적지 않으려 했지만, 그대에게 받은 사랑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의 그리움에 그대가 존재하고
그대의 사랑에 내가 존재했습니다.
우리를 풀어낼 단어가 이 둘 뿐이라는 사실에 나에게 실망합니다.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
쏟아낸 생각은 또다시 그대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도 붙잡지 못하는 그대가
오늘 밤 감당 못 하게 그립습니다.
-戀愛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