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어딘지 모를 넓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광활한 대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작고 유한한 존재인가
치료제 없는 질병과 예측 불가한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을 공포심에 얼마나 떨게 하는가
끝없는 의심 앞에 서로의 신뢰는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가
맹목적인 믿음은 얼마나 무서운가
실체 없는 두려움은 공포를 낳아 분노와 분열을 조장하는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정답도 결론도 없는 생각에 불안과 근심이 피어난다.
크게 숨 한 번 고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순간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순간에도
우리를 비춰주는 사람들이 있다.
각 자의 자리에서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들
양심을 지키며 질서를 세워나가는 이들
작은 것에 충실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섬기는 이들
지난한 시간들 가운데서도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음을
조용한 사람들의 사랑으로 우린, 함께 살아가고 있었음을
손 닿을 수 없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 눈부시게 드넓은 가을 하늘 아래서
막연한 위로를 얻어 오늘도 이렇게 버텨본다. 모두 함께 이 순간을 살아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