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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Apr 16. 2021

Poetry and Walks 시와 산책


인디언 소녀가 친구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는 길을 설명 한다.

    

울타리를 지나서 바다 반대편 고사목 쪽으로 .

일렁이는 가는 물줄기가 보이면, 푸른 나무에 둘러싸일 

때까지 상류로 올라와. 해가 지는 쪽으로 물길을 따라오면 평평하고  트인 땅이 나오는데, 거기가 나의 집이야.     


내가 당신이라는 목적지만을 찍어 단숨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거쳐 그것들의 총합이 당신을 만나게 하는 .

 내력을 가져보고 싶게 한다.

P23-24     



작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곳 어디든 헤매지 않고 갈수 있고, 인터넷으로 주소를 검색하면 항공사진으로 그곳을 쉽게 볼 수도 있다. 이미 그곳을 가기 전 그곳을 알고 또 보고 나면 막상 처음 가본 그곳이 좀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특히 아름다운 사진들로 남겨진 후기만 믿고 일정을 잡았다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가족여행을 계획할 때 모든 스케쥴 담당은 나였고 몇 날 며칠 인터넷 서핑을하며 그곳의 사진들 맛집 정보 볼거리 등을 열심히 캡처해두고 일정에 맞춰 여행을 한다. 물론 시간 절약도 되고 낯선 곳에 가서 당황하지는 않지만 잘 짜인 여행일수록 돌아온 후 힘들고(욕심껏 여기저기 명소를 후다닥...) 시간이 지나면 어? 거기 갔었나? 할 정도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말 어렸을 때는 친구를 집으로 초대할 때 우리 집은~ 다리를 건너 영남루를 지나... 그렇게 설명했었는데 이제는 우편번호마저 그 자릿수가 줄었다.     


나도 이렇게 집으로 오는 길을 멋지게 설명할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 처음 방문하는 누군가에게 집까지 오는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이 한 편의 시가 되는 일임을 알려주고 싶다. 매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가, 매일 학교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집으로 오는 길에 날마다 새로운 시를 읽으며 돌아오면 좋겠다.  

   



내가 보는 것과 내가 말하는 것

내가 말하는 것과 내가 침묵하는 것

내가 침묵하는 것과 내가 꿈꾸는 것

내가 꿈꾸는 것과 내가 잊는 것, 그 사이     


옥타비오 파스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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