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새 성큼 다가온다. 빼앗긴 봄이라 일컬어진 올해 봄부터, 놀라운 폭우로 기억되는 여름, 그리고 가을에 이르기까지 계절은 멈추거나 쉬지 않는다.
피곤한 몸을 기대어 넋을 놓고 앉아 가는 출근 길 버스 안에서 우연히 어느 작은 공원에 무지막지하게 흐드러진 코스모스 군락을 만난다. 눈이 번쩍 뜨이고, 자세를 고쳐 앉는다.
‘여기는 어딘데, 이런 꽃밭이 있을까?’
둘러보니 아파트 단지 앞 공터를 공원으로 꾸며놓은 듯한 공간이다. 무리지어 있는 코스모스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무심코 지나쳤나보다. 슬쩍 살펴보니 몇몇 어르신들이 아침 운동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꽃밭을 바라보고 있다.
‘계절은 어김이 없구나.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지나 깊이 들어왔구나. 이제 겨울이 다가오는구나. 그리고 올해도 마무리 되겠구나. 그런데 아직 마스크를 벗지 못했구나.’
괜스레 기분이 묘해진다. 뉴 노멀이라 지칭될 정도로 우리 삶을 잠식한 코로나19 상황,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다. 계절은 변해가고, 꽃은 피어난다. 강물은 멈춤이 없고, 밤낮은 쉴 새 없이 바뀐다.
핸드폰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버스 창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차가 막혀서 더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물게 된 행운(?) 덕분이다.
‘이번 가을에는 좀 더 자연과 함께 해야겠다. 고통과 비극 속에서 변함없는 것은 자연 뿐이구나. 부자유스럽고, 답답한 일상을 살아갈 힘은 자연에서 얻어야겠구나. 그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힘은 위대하다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겠구나.’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자연을 인간이 너무 홀대하고, 가벼이 여겼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비로소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이 업신여겨졌지만 여전히 자유를 주는 자연이 언제까지 그대로일지는 미지수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만날 수 있는 어느 가을날이 계속되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