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jestyy 언제나 Jan 05. 2021

아이야, 미안해

그리고 행복하길

일이 꽤나 바쁜 계절이다. 그래서 이곳에 한동안 소홀했다. 당분간은 계속 소홀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오늘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나의 마음을 남기려 한다.      



지난 해 여름 이사하기 전, 나는 그곳에서 지금은 7살이 된 내 아이를 품에 안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2년 동안 외벌이로 젖먹이를 키우면서 동네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렸다. 아이가 3살 되던 해부터는 1년 탄력근무, 이후 정규근무를 하며 직장 생활을 했다. 그래도 2년 동안 시장이며, 카페며, 엄마들 모임이며, 문화센터며, 크고 작은 동네일에 관심을 두고 참석도 했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엄마가 된 이후에는 아이를 둔 엄마면 누구나 친구고, 내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여겨졌다. 자연스레 아이 엄마들 중에 친해지는 무리들도 있지만, 우연히 길에서 만나 눈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들도 생겨났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 아이를 죽인 가해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을 나는 조금 일찍 알게 되었다. 뉴스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1-2주 전쯤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미 이사를 왔지만 아이 어린이집 적응 문제 때문에 힘들지만 기존에 다녔던 어린이집으로 등하원을 시키던 때였다. 이사 직후 바로 어린이집 환경까지 바뀌면 아이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로서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긴 후 이사온 집 근처로 옮겨 적응을 돕고 싶었다. 그래서 이사를 했지만 아직 그대로였던 예전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저녁 찬거리도 사고, 아직 남아 있는 선불권을 사용하느라 미용실도 가고 하던 때였다.      


“그 이야기 들었어요? 저 뒤쪽 아파트에서 입양한 애를 엄마가 죽였대요. 어린이집에서 신고하고 여기 소아과에서도 신고했대.”

지난 해 10월쯤에 들은 이야기였다. 이미 그 동네에는 소문이 돌았던 모양이다. 뭐 때문에 죽었다는지 알 수 없게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여서 어떤 사람은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이미 이사도 갔고, 우리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이야기가 아니니 모르는 이의 아무개의 일이리라 여겼다.      


그러다가 한두달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언론에서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마침 아주 바빴던 일이 얼추 마무리 되고 한시름 돌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가해자의 얼굴이 EBS 방송을 통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봤다.      


오다가다 보던 사람이었다. 또래 아이가 있는 아이 엄마여서 언젠가 길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도 같았다. 익숙한 얼굴, 건너건너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그 작고 약한 아이를 때려죽인 사람이었다.      


한동안 충격이 계속됐다. 자꾸 눈물이 나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멀리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되니 더욱 마음이 저렸다. 관심을 갖게 되니 이래저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속속들이 귀에 들어왔다.      



나는 가해자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아 가십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것이 처음 이야기를 들은 2-3개월 후라는 것과, 이제와 가해자 여자를 욕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주변 사람 누구나 범죄자일 수 있다. 가해자일 수 있다. 하지만 말 하지 못하는 약한 아이에게는 자신을 대변할 힘이 없기에 가해자는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 범죄는 멀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바로 내 주변, 바로 내 앞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어린이집에서, 소아과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고 한다. 불행한 것은 그 신고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것에 있지만 말이다. 바로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눈여겨봐야 하고, 또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흘려듣고 허투루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말 큰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아이의 아프디 아픈 죽음이 단지 양엄마를 단죄하는 일로만 마무리되지 않길 바란다. 막을 수 있던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작은 아기가 부디 남은 이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그리고 저세상에서 사랑 주는 엄마의 품에서 행복하길 소망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정인이다.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