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의 마음을 의심해서 미안해
버스에 앉아 핸드폰 보기 바쁜 퇴근 길, 문득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봤다. 여덟아홉살 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버스에 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눈이 마주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누구 아는 사람이 이 버스 안에 있나?’
그런데 그 누구도 그 아이에게 손짓도, 눈짓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다. 버스가 정차한 짧은 순간에 모든 버스 승객들에게 ‘안녕하세요’ 라는 입모양(아마 밖에서는 크게 이야기 했으리라)과 좌우로 크게 흔드는 손짓을 하며 밝게 웃는 아이를 보면서 그 누구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저 나이쯤이면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의 의미를 알고 그런 해맑은 행동을 할 리 없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발달이 더딘 아이인가?’하고 생각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찰나의 순간에 덜 떨어진 애로 평가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멀쩡’하고 즐겁게 손을 계속 흔드는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순간 ‘이러면 안 될 텐데, 저 아이가 상처 받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가에 앉은 나는 소심하게 손을 올려 흔든다. 행여나 주변 사람들에게 보일세라 소심한 손짓이었다. 그런데 손을 흔드는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순간 눈이 동그래지면서 기쁜 마음을 표현하며 더욱 큰 몸짓으로 손을 흔들며 이야기 했다.
“안녕하세요!”
이처럼 크고 활기차게 인사해 줄걸. 모르는 이에게 맑게 인사하는 저 마음에 조금 더 보답해 줄걸.’하는 후회는 이미 때 늦었다. 몸을 돌려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을 봤다. 정차하는 또 다른 버스를 향해 인사를 계속하는 모습을.
나는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밝게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을까봐, 머쓱할까봐, 상처받을까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촉(?)으로, 눈이 마주친 순간 아이의 반응을 봤을 때 그 아이는 장애를 가진 아이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아이도 아닌 듯했다. 행여 장애가 있는 아이였다면 어떠랴. 나는 그 순간 누군가가 건넨 순수한 인사에 바로 화답하지조차 못한 부끄러운 어른이었다.
아이야, 너의 마음을 의심한 것에 사과해. 그리고 어른들이 반응조차 못 보인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으니 용서해 주길 바라. 그러니 너의 마음을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