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성공담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병아리는 닭이 되기 전에 치킨이냐 삼계탕이냐 닭갈비냐부터 고민했습니다.
"매일 퇴근하고 6시부터 7시까지 한 시간씩 이런 식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써보는 건 어때?"
<오늘부터 돈독하게> 김얀 작가의 성공담을 남편에게 들려주니 "그렇게만 되면 땡큐지" 라며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써보라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실 그동안 무엇을 써야 하며 어떻게 해야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정작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하기가 어려웠다.
글을 쓸 수는 있는데,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라는 생각에만 매몰되어있었다.
"언니, 언니가 쓰고 싶다는 책들이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고, 다 좋은데.. 사람들은 그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중요하게 보니까. 신뢰할 만한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공신력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
늦은 밤 동네 카페에서 만나 흥분해서 내가 내고 싶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던 세리는 책의 내용만큼이나 작가의 이력도 중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어쩌면 내가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먼저 공신력을 갖춘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추려면 먼저 내 자신이 어떤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경력과 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그렇지만 다시 그럼 무엇을 이라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지금부터라도 무엇을 배워서 어딘가에서 경력을 쌓아서 어느 위치까지 도달한 뒤에 그때 가서야 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리고 벽을 만난 것처럼 또 어려웠다. 사방이 뚫려 있기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것처럼 또 발이 묶인 기분이었다.
한동안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장의 기분과 감정, 심리상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쓰거나 하는 것이 전부이다가 또 한동안은 아무 이야기도 쓰지 못했다.
책도 손에서 놓고 한동안은 일상에만 빠져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회사생활에 적응하고 퇴근 뒤에는 티브이를 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며 잔잔한 물결에 유영하듯 시간만 흘려 보였다.
그 시간 동안에는 배움에 대한 갈망도 사라지고 인정에 대한 갈망도 사라졌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이 옅게 깔려 있어서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땐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심리학 책을 찾거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찾아 읽었다.
그러던 중 <말투 때문에 말투 덕분에>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의 내용에서도 여러 가지를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약점을 보완하려 했던 공부가 업이 되고 책이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책의 에필로그에서 접하며 단점을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닭이 되어야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치킨이 잘 팔릴 것이냐, 삼계탕이 잘 팔릴 것이냐, 닭갈비가 잘 팔릴 것이냐에 대한 고민에만 빠져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당장 병아리도 아직 키우지 않고 있으면서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저것 아무 주제에 대해서 쓰기보다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공신력도 없고 전문분야도 없고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는 더더욱 없었기 때문에 김얀 작가를 벤치마킹 하여 나의 성장 스토리를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