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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라작가 Jan 31. 2024

너를 만나고 변화된 일



그러고 보니까

나 너를 만나기 전에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었어


그 아이를 살려달라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아이를 살리고

나를 대신 데려가라고

그렇게 계속 기도했었어


사실 너 만나기 전까지

나는 그 아이를 살리고

대신 나를 데려가라고 기도했어


난 늘 다른 사람 살릴 생각만 했지

한 번도 나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살았어

내 인생에서 그런 건

꿈도 꿔보지 않았어

나의 꿈을 이루며 사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했고

그러면 된다 생각했어

그래서 나는 그렇게 몸이 망가질 때까지

일을 하고

내가 아픈지도 모르고

계속 일만 했는지 몰라


너를 만나 처음으로 살고 싶다 생각했어


나를 만나고...

나 내가 겪지 않아도 됐을

아픔은 다 잊고 싶어졌어

기억하고 싶지 않아졌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건

너와의 기억 뿐.

너를 만난 이후로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

아마도 내가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네가 늘 너의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 때문일지 몰라


살아도 죽은 것처럼 평생을 살았어

예수님만 바라보며

예수님처럼 그렇게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러한 내 욕심이.

말도 안 되는 욕심이.

타인이 나를 죽이는 순간조차

나는 그 사람을 위해 하늘에 기도했어

더 망가지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 고통을

먼저 보고 알게 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되었지


모든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작가

나는 내가 만나는 가족 친구 동료의 마음을

치유하고

나는 내가 만나고 취재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며

그것을 내 사명처럼 느끼며 살아왔어


너를 만나기 전까지.

너를 만나는 그 순간에도.

나는 나보다 너의 아픔과 고통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보여서

그것을 덜어낼 생각밖에 안 했어


그곳은 내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도

나는 그러고 있던 거야


늘 쿨한 척 했지만

그 어느 이별 하나 나에게

쉬운 건 없었어

쿨한 척 괜찮은 척 한만큼

그 이별들은 더 큰 아픔으로

나를 다치게 했어


솔직하게 더 솔직하게 말하고 살았다면

그 때 참지 말고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하게 말하고 살 줄 알았다면

나는...너에게 상처주지 않았을지 몰라


너가 나보다 더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너에게 아픔만 주는 사람이었을까

내가 너를 계속 사랑해도 괜찮을까

내가 너를 욕심내면

너가 더 힘들어지겠지?


너는... 지금 나를 지켜주겠다고

얼마나 힘든 걸 혼자서 버티고 있는지

나는... 가늠할 수가 없어


너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너가 나를 지키느랴

그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넌 이렇게 힘든 아픔 고통 모른 채

살아도 됐을 텐데

나를 만나 너는.

몰라도 될 걸 알고

안 겪어도 될 아픔도 같이 겪은 건 아닌지

너무 미안해.


너를 만나고...

나는 처음으로 살고 싶어졌어


나는 가야할 길이 있는데

너가 계속 나를 살려.


나...너 손 잡고 너의 옆에서

너만 바라보고

너의 말만 듣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

매일 해


내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


사랑하는 너와 함께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꿈을 꾸고

너와 같이 걷는 그 길이...

때로 너가 상처주는 말해서

나를 오해하고 의심할 때

너에게 너무 서운하고 미울 때도 있었지만

우리...같이 있던 그 시간이

나는 가장 행복했던 때로 기억해

좋은 기억 밖에 나지 않아


너를 만나고 나는...

그 전에 괜찮았던 게

이제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


어쩔 때는...너를 떠나주는 게

너를 위한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나는...너를 두고...

발걸음이 한 걸음도 떨어지지가 않아


너가 속상해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고

너가 아플까봐 걱정되고

너가 나 때문에...지금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봐 걱정되고...


너를 위해서

내가 너를 잊어줘야 하는 걸까

그런 걱정도 해

어쩔 땐 너가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가도

어쩔 땐 너가 나를 정말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져

나는 너가 너무 어려워


그런데 왜 나는

너가 계속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지?

나는 왜 우리가

한 번도 헤어지지 않은 것 같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

너야

그런데 나는 널 위해, 뭘 어떻게 해야

너가 행복할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어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너가 보고싶어

너의 곁에서 따뜻한 말 해주고 싶어


힘내라고

지난 아픈 일 다 잊으라고

지금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

좋은 생각만 하라고


내 유일한 소망은

너가 사는 거야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너가 행복한 길은 반드시

열릴 거라고 그렇게 믿었으면


너를 늘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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