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윤동주 ‘새로운 길’)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2023년 새해가 밝았고, 나의 첫 겨울 서핑은 추위 그 자체였지만 호주머니만큼 익숙한 겨울이 뭔지 조금 깨닫게 해줬다. 차가운 겨울 바다와 바람에 손발이 얼어붙는 경험은, 지금까지 익숙했던 호주머니의 소중함을 알려주었는데, 호주머니가 없으면 장갑이라는 짐이 늘어난다. 장갑을 껴도 얼어붙는 손을 느끼면 또 익숙한 겨울에 대해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우리는 따뜻한 옷과 따뜻한 밥과 따뜻한 집에 익숙하다 보니 실제 겨울을 모른다. 하기야 서핑한다고 해서 진짜 겨울을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름 두꺼운 슈트와 장비들을 착용하고 하니까. 그렇지만 대자연의 한복판에 내 몸을 담그고 있는 기분. 여름보다 매서운 파도에 내 얼굴을 내미는 기분. 칼바람과 입맞추고 있는 기분. 그런 기분들은 나에게 분명 겨울과 가까워지는 기회를 주었다. 가까워서 느끼지 못했던 호주머니와 겨울은 바다를 소개받으며 낯설게 멀어졌지만, 바다를 중심으로 다시 가까워졌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낀 겨울은 이제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봄에 자기 자리를 내어주며. 계절이란 익숙함을 거부하는 자연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겨울 리듬에 맞추어져 있던 나는 다시 봄에 적응해야 했다. 봄에 맞춰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이제 오랫동안 나를 위탁할 서핑샵을 찾고 싶었다. 일종에 나의 서핑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랄까? 올해는 서핑 초보를 벗어나겠다고 다짐했으니까.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서핑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인터넷으로 송정에 있는 수많은 서핑샵을 검색했다. 강사가 누군지 검색했고, 후기를 읽었다. 서핑샵 위치를 확인했고, 시설은 어떤지 보았다. 모두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유독 운영 방식이 다른 서핑샵을 발견했다. 서핑샵은 대부분 5회 및 10회 강습권, 1:1 강습, 1:2 강습 이런 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한 서핑샵은 월 회원으로 운영되었다. 월마다 비용을 내고 한 달에 8번 정도의 강습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 서핑에 도움이 되는 카버보드* 강습도 있었다. 나는 여기에 흥미를 느꼈고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서핑 강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매일 아침 새벽 여섯 시에 나오시면 가볍게 한 시간 정도 서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회원들과 함께 강사의 입회하에 이루어집니다. 주말반도 있습니다. 주말은 아침 일곱 시가 첫 타임입니다.”
나는 전화를 끝내고 주말에 여기 가서 등록하리라 마음먹었다. 늘 혼자인 게 마음에 걸렸는데 같이 한 달 동안 배우면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나를 이끌었다. 나의 서핑 인생은 이렇게 2023년에 새롭게 열렸다.
*카버보드: 서프스케이트보드의 한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아 서프케이트보드를 카버보드라는 명칭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가 많아서 서프스케이트보드 전체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서프스케이트란 서핑의 움직임을 지상에서 낼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다. 랜드서핑이라는 명칭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