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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un 05. 2018

인류는 어떻게 먹도록 진화했을까?

인류학 관점에서 바라본 올바른 식생활

다윈의 진화론은 많은 생물학에 대한 이론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또 그 내용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 때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였으나, 지금은 지구 태초 생명의 출현과 분화, 다양한 생물의 멸종 및 인류의 출현 등이 모두 진화론에 입각해서 설명이 되고 있죠.


진화론의 뼈대를 이루는 원칙은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입니다. 개체들이 주어진 환경 하에서 생존을 위하여 생물학 적인 진화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이루어낸다는 이론이죠. 이 법칙은 지구 상의 모든 생물체들에 적용이 됩니다. 물론, 그 중에는 우리 인류도 포함되죠. 인류도 마찬가지로, 영장류가 처한 환경에 따라 뇌와 신체기관, 순환계와 소화계 등을 발전시켜 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먹도록 진화했을까요? 초대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출현한 300만년전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여러 환경들을 가정해 보면서 인류의 올바른 식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1. 현재 신체 기관 살펴보기

과거로 가기 앞서, 현재 신체 기관을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대표적인 초식동물인 '소'의 소화기관과, 육식동물인 '사자'의 소화기관을 인간의 소화기관과 한번 비교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초식동물인 '소'는 대표적인 반추동물입니다. 반추동물이란,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특수한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는 동물을 의미합니다. 모든 반추동물은 4개의 위를 가지고 있으며, 섭취 - 토출 - 반추 - 삼킴을 반복하여 풀을 위와 장에서 잘 발효될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할 수 있습니다. 소의 위에는 박테리아, 혐기성 곰팡이 등 많은 세균들이 있어서 씹어서 삼킨 풀들을 소화/발효/분해시킬 수 있습니다. 채식동물의 장은 음식물의 흡수를 위한 소장과, 채식을 위한 맹장, 그리고 대장이 아주 길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길이는 신장의 약 8~20배 정도로 아주 길죠.


반대로 육식동물인 '사자'는 육식을 위해 강한 송곳니와 턱뼈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덩어리째로 삼키기 때문에 구강의 소화효소(침샘)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고기에 대한 살균과 빠른 소화를 위하여 강력한 위산을 가졌죠. 장은 어떨까요? 고기는 소화기관에 오래 가지고 있게 되면 부패하여 오히려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육식동물의 장은 신장의 2~3배 정도로 짧죠. 맹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인류는 위의 특성들의 중간쯤 위치합니다. 어느 부분을 보면 초식동물처럼 느껴지기도, 어느 부분을 보면 육식동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잡식이군요 우리는.

초식에 적합한 특성들 : 송곳니가 작고 상하/좌우 저작활동, 침샘 발달, 상대적으로 길다란 장

육식에 적합한 특성들 : 위산이 강함, 맹장이 퇴화함,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위/장내 미생물 비존재

중립적 특성들 : 비반추활동(채식 동물 중에서도 비반추동물 존재)


약간은 쓸데없지만, Insight 있었던 논리적 추론을 통해 우리가 잡식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결론은,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풀이든 고기든 닥치는대로 먹었고, 몸은 우리가 먹어대는 것들을 소화시키기 위해 적합하게 진화했을 겁니다. 그럼 이제 과거로 가볼까요?


2. 기아의 시대

 300만년전 초대 인류의 출현 이후로 인류는 여러 번의 빙하기를 맞게 됩니다. 홍적세라고 불리는 250만년전~1만년전까지의 지질시대를 살아오면서 약 4~6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있었습니다. 인류는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전멸하기도 하고, 오히려 따뜻해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원숭이에 가까웠던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여러 종이 분화한 후, 현생인류인 사피엔스 종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수렵채집을 주로 하던 인류는 약 300만년동안 4~6차례 있었던 빙하기에서도 살아남아 진화를 이어왔다는 사실입니다. 빙하기는 기아의 시대였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동하고, 따뜻한 과실이 열리는 지역보다는 얼음으로 덮여있는 지역이 더 많았겠죠. 빙하기가 끝난 다음에도 기아의 시대는 이어집니다. 지구에는 4계절이 있기 때문이죠. 인류는 겨울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추위를 견뎌야만 합니다.


이러한 기아의 시대, 인체는 생존을 하기 위해서 육식 위주의 생활을 해야합니다. 과일과 채소는 열리지 않고, 먹을 것이라고는 오로지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들 뿐입니다. 그 때의 인류는 고기를 먹고 에너지를 내야만 합니다. 바로 지방에서 말이죠. 이렇게 인체의 유전자의 기억에는, 지방이 주 에너지원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인류에게 춥고 배고픈,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은 시기라는 것이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3. 풍요의 시대

그러다가 인류는 풍요의 시대를 맞게 됩니다. 빙하기가 끝나고 날씨가 풀리고 열매가 열리고 동식물들이 번영합니다. 주변에 그동안 못 먹어본 맛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과, 배, 자두 등 달콤한 과일부터, 감자, 고구마 등 입에 착 감기면서 어쩐지 힘이 나는 음식들입니다. 사냥한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으니 맛이 더욱 좋습니다. 먹고 나니 왠지 졸립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잠을 자도 좋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얻었으니, 또 일을 하러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도 먹을 것이 풍부하니까요.


인체의 유전자의 기억에는, 달콤한 과일의 당분과 달짝지근한 전분이 주 에너지원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날씨가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아 인류에게 풍요롭고 다채로운 시기라는 것이 새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의 시대가 얼마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빙하기는 끝이 났지만, 가을 이후에 곧 겨울이 오게되면 다시 또 인류는 기아의 시대로 들어가게 될 태니까요.


4. 기아를 준비하다.

그렇게 인체는 풍요의 시기에 기아의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풍요로운 가을에 달콤한 당분과 전분이 들어오면, 춥고 배고픈 겨울동안 사용할 지방을 몸에 저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지방은 오랫동안 몸 속에 저장하기에도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에너지로 꺼내 쓸 경우 아주 많은 열량을 낼 수 있으니까 인체에게는 금상첨화였습니다.


당분이 들어오면 인체는 당장의 에너지원으로 당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슐린 호르몬을 분비하게 됩니다.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납니다. 그리고 인슐린은 여분의 당분을 추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합니다. 또한 기아의 시기에 대비하기 위하여 함께 먹은 지방을 저장합니다. 앗, 너무 많은 당분을 먹어서 당분 조차 남습니다. 이 또한 몸은 미래의 생존을 위하여 지방으로 저장합니다. 위치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간 주변 복부가 됩니다.


따듯했던 햇살이 차갑게 변하고 기아의 시기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인류는 다시 배고파집니다. 따뜻한 그 날이 그립지만, 인류는 사냥을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사냥을 준비하는 시간동안 버틸 힘이 있습니다. 풍요의 시기에 열심히 저장해 놓은 몸 속의 지방이 인류의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굶게 되면 인체는 더 빨리 사냥을 나갈 수 있도록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변환합니다.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이번에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남은 에너지가 얼마 없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5. 우리는 그렇게 진화했다.

그렇게 인류는 식물이 광합성의 결과로 남겨놓은 여러 결실들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진화합니다. 너무 강한 송곳니를 가지기 보다는 폭 넓게 씹을 수 있도록 구강구조를 발달시켰습니다. 그리고 당분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를 가진 침샘은 강한 위산이 존재하는 곳보다는 달콤한 맛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구강에 발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장의 길이를 보다 길게 만들어 장 내 미생물들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분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반대로 인체는 기아의 시기에 주로 먹는 고기를 충분히 살균/소화시키기 위하여 강한 위산을 갖게 하였고, 위와 십이지장을 거쳐 단백질과 지방이 충분히 분해/소화되도록 합니다. 풍요의 시기에도 불구하고 맹장이 크게 발달하지는 않았습니다. 풍요의 시기는 1년 중 3개월 뿐, 약 75%는 여전히 과일보다는 고기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톱과 송곳니를 어느 정도 남겨놓아서 사냥과 고기 분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장의 길이도 채식동물만큼 길어지면 고기가 내부에서 부패할 수 있으니, 적당한 길이로 남겨 놓습니다.


인류는 또한 풍요의 시대에 들어오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과, 기아의 시대에 들어오는 에너지원인 지방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류의 주 에너지원은 지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아의 상태에서 보냈고, 고기를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1년에 한번씩 가을에 먹게 되는 과일이나 전분 등의 탄수화물은 길고 긴 겨울을 준비하라는 일종의 신호였습니다.  


그리고. 1만년 전 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약 299만년 동안 가지고 있던 식습관을 바꾸게 됩니다.


6.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우리의 소화계와 내분비계는 대부분의 시간을 단백질과 지방을 소화하는 것으로 보냈습니다. 진화론적 시각으로 봤을 때, 인체는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써왔습니다. 가을이 오고 풍요의 계절이 오면 그때서야 당분을 섭취하였고 그 기간동안 지방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비축하였죠.


하지만 현대 사회는 어떤가요? 우리는 삼시세끼 모두 당분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베이글과 잼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탄수화물이 가득 들어간 밥, 밀가루 음식들을 먹고, 설탕이 들어간 디저트 또는 과일로 입가심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에게는 참 큰 축복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주이기도 합니다. 인체는 언제 다시 기아의 시대가 올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지방을 몸에 비축합니다. 비만이 옵니다. 너무나 많은 당분을 처리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슐린을 내 뿜던 췌장은 지치고 맙니다. 세포들도 당분과 인슐린에 지쳤습니다. 인슐린 활용이 떨어집니다. 남아도는 당분은 세균과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어 우리 몸을 부패하게 합니다. 다양한 질병과 진균감염이 증가합니다.


우리는 인체가 먹도록 진화한 방향으로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분을 먹지 않고도 기나긴 빙하기와 겨울을 지나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기아의 시대처럼, 굶거나 지방을 먹으면 발생하는 케톤을 사용해서 말이죠. 이 케톤은 사냥이 실패하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제공해주며, 온 몸의 세포가 항상 활용할 수 있도록 인슐린처럼 촉매 호르몬을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 때의 생활양식을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려서 말이죠.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방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인류의 조상이 약 300만년동안 살아오면서 적응했던 환경을 우리 몸에 만들어주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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