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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미 Apr 28. 2022

아마추어처럼 마음가는 대로 자유롭게 쓰기   

5-2. 아마추어처럼 마음가는 대로 자유롭게 쓰기

내면의 감각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감정이입 기법을 활용한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깨닫는 것이다.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것’이 될 때, 감각은 살아 움직인다. 우리 일상의 주변을 그냥 스치지 말고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의 유사성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과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에게서도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유추와 은유 기법으로 독창적인 생각을 기록하여 자료로 보관하자. 글쓰기에서 관찰하는 것과 관찰한 것을 내용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해했다면, 문학적인 글쓰기로 완성하자.     


■ 내면의 감각을 일깨워라

퓰리처상은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교 언론대학원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에 의해 관리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 문학적 업적과 명예, 음악에서 가장 높은 기여자에게 주는 상이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1994년 <수단의 굶주린 소녀와 독수리>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다. 실제로 이 사진은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후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사진을 찍었던 케빈 카터(Kevin Carter)에 대한 윤리적 비난도 있었다. 한편, 케빈 카터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해에 생을 마감했다. 카터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 <수단의 굶주린 소녀와 독수리>   

  

여러분은 이 사진을 통해 작가의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 어떤 생각이 드는가? 느끼는 것은 사고하는 것이다. 우리의 육체가 불편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독수리가 소녀를 어떻게 헤칠까?를 생각하며 괴로울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은 하나다. 독수리의 몸짓은 사냥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녀의 고통을 생각한다. 그녀가 독수리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스스로 소녀가 되어 생각해본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깨닫는 것이다. 문제 속으로 들어가 그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는 것’이 될 때 상상력은 폭발한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소 도데(Alphonse Daudet)는 “작가는 묘사하고 있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6) 작가는 목동의 마음으로 들어가, 아가씨에 대한 느낌을 가장 빛나는 별 하나로 그리고 있다. 소설 『별』 줄거리 일부를 적어본다. 운문으로 바꿔 감상해보자.     


아가씨는 산에서 밤을 보내는 게 낯설어 

작은 소리에도 놀라며 나에게 다가왔다

별똥별 하나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자

이를 본 아가씨가 별에 대해 묻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는 밤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이야기를 듣던 아가씨는 

스르르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나는 아가씨를 지켜보는 동안

밤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하라

뉴턴은 낙하하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유추(類推)’는 우리들의 삶에서 상상력을 가장 크게 동원하는 생각도구이다. 유사한 점에 기초하여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것을 말한다. 간접 추리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달도 반드시 떨어져야 할 것이라고 유추한 발상이다. 사과를 땅으로 당기는 힘이 있다면, 이 힘이 하늘 위로 계속 뻗쳐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까지 끌어당길 것이라고 ‘유추’했던 것이다. 7)     


과학자나 화가는 유추라는 현상을 통해 창조의 활동과 독창적인 생각을 만든다. 특히 시인은 이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윌리엄 위즈워스는 닮지 않은 것에서 닮은 것을 찾아내는 기쁨에 대해 쓰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도 이렇게 말했다. “시를 가르치는 것은 은유를 가르치는 것이다.”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시인은 객관적 세계가 아닌 주관적 세계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넓어지길 원한다. 지적· 정서적 연상을 동원해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의 유사성을 찾으려 한다. 이 점에서 은유는 단순한 유추와 구별된다. 8)     


유추(類推)와 은유(隱喩, metaphor)는 창조의 활동과 독창적인 생각을 말한다우리는 평범한 일상과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에게서도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는 타고난 은유 능력이 있다. 우리는 늘 은유를 사용하면서 산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까마귀는 배랑 아무 관계도 없이 그냥 앉아 있다가 날아간 건데, 공교롭게도 그때 배가 떨어지는 바람에 의심을 받는다는 뜻이다. 주관적인 세계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다. 여러분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많이 생각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 우리는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 


글쓰기에서 ‘관찰하는 것과 관찰한 것’을 내용으로 표현하는 것은 마음이 하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일상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가 아는 것을 뒤틀어 바라보자. 너덜너덜한 하얀 운동화를 보면서, 시각적인 묘사를 통해 문학적인 요소를 담아보자. 본질은 운동화이지만 운동화를 변형시켜 감각적인 경험을 넣어보자. 초라하고 낡은 운동화를 보며 누구는 웃을 수 있고, 누구는 슬퍼할 수도 있다. 화가는 낡은 운동화를 주제로, 운동화에 토마토 씨앗을 심어 작게 피어오른 새싹을 그릴 수도 있다.     


■ 목련꽃을 그리려면내 안에 목련을 심어라

아침에 바라보는 목련꽃과 저녁에 보는 목련꽃은 느낌이 다를 것이다. 언어의 온도는 시간차이를 두고, 다르게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다.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시각과 소리, 그 밖의 다른 모든 감각들을 서로 조화롭게 표현한다. 과학자 바버라 매클린턱(Barbara McClintock)은 미국의 세포유전학자이다. 1983년에 옥수수의 전이성 유전인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옥수수를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유전자를 연구했다. 유전자 물질을 조합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녀는, 그 결과 식물 하나하나의 특성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자신의 식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그녀는 식물들과 친구가 되었다. 친구의 눈으로 식물들을 보게 된 것이다. 9)     


900여 년 전 중국의 소동파는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대나무가 내 속에 자라나게 해야 한다. 손에 붓을 쥐고 눈으로 집중을 하면, 그림이 바로 내 앞에 떠오른다. 그럼 그것을 재빨리 잡아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꾼을 본 토끼처럼 그림이 잽싸게 사라진다”라고 말한다. 10) 우리는 식물과 친구가 되어 감정이입을 하면, 식물들의 개성을 잘 알 수 있다. 목련꽃을 그리기 위해 꽃과 친구가 돼라. 관찰 기술을 연구하고 기록하면, 느낌을 언어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      


이 일은 매우 간단하다. 첫째, 자신의 시각적, 청각적, 기타 감각적 이미지를 인식해보라. 읽고 있는 시를 마치 영화로 보는 것처럼, 라디오로 듣는 것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려보라. ‘시적 순간 체험’을 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순간이 오면, 하나의 시안에 들어 있는 함축된 단어, 구절은 다시 이야기로 풀어진다. 스토리탤링기법으로 소설을 구성할 수도 있다. 하나의 시가 이야기를 만들어 소설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하나의 시는 하나의 스토리를 압축해 놓은 것이다. 함축하는 언어와 정제된 수사법으로 아름답게 표현한다.    

 

둘째,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마음껏 해보라. 만일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장면이 있다면,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다시 쓰고 다시 보라. 만일 노래나 협주곡의 선율을 들었을 때,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로 써보라. 한 편의 시가 되고 소설로 만들 수 있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본다면, 타이타닉 영화를 처음으로 볼 때 배우의 대사와 표정에 집중하였다. 두 번째 다시 볼 때 타이타닉 영화음악이 보이기 시작했다. 협주곡에 흐르는 악기소리가 각 파트별로 들리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특징으로 빼어난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작곡가 제임스 호너(James Horner)는 아일랜드의 토속 악기인 휘슬과 팬플루트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애절한 모티브를 이어간다. 또한  전자악기가 아닌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전체적으로 고전음악을 듣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 번째 눈에 들어온 것은 한 편의 그림같은 장면이 나에게 전율을 주었다. 바로 배 안에 거센 파도가 들어오고, 소용돌이치는 공간 속에서 악사들이 연주하는 그 표정. 그 장면을 그림으로 담고 싶었다.     

 

셋째, 예술을 실천하라. 음악, 춤, 그림, 요리에 관한 것을 ‘배우기만’ 하지 말라. 직접 그리고, 작곡하고, 시를 쓰고, 음식을 만들어보라. 그러면 이미지가 저절로 떠오른다. 직접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면, 사고하는 힘이 달라진다. 닭고기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닭고기와 어울리는 맛에 관해 사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듯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요리하는 과정을 먼저 상상하고, 그 과정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라.      


  * 위의 내용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지합니다. 시간여행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한 저작물입니다(2022년 7월 출판 예정). 반드시 저작권자와 시간여행출판사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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