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택은 과연 옳았을까요?
"결혼하려면 적어도 1년은 만나봐야 해."
"사람의 사계절은 모두 지켜봐야지."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들이다.
그래 그래, 다 맞는 말이다! 결혼은 신중해야지. 까딱하면 이혼이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에 큰 굴곡 없이 정방향의 루트만 타며 신중했던 나.
그런 나는 어쩌다 생판 모르는 사람을 만나 두 달 만에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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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지난 연애를 드디어 마무리 짓고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두렵기만 하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소개팅 제의가 들어왔다. 지난 연애로 워낙 오랫동안 힘들어했던 것을 알고 있던 친구가 나를 가엽게 여긴 것이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라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직업과 키, 사진 정도였다.
처음 그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음... 수더분한 공대생?이었다. 어딘가 이상한 사진 각도, 길 걸어가다 대충 찍은 흐릿함, 얼굴 정면을 여과 없이 카메라에 돌진하여 찍은 무성의함. 그냥 동네 지나가다가 한 번쯤 봤을 법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딱히 큰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도 딱히 없는 나라서 그냥 수락했다.
번호를 받아 카톡 프사를 보는데 어째 친구들이랑 모여서 술 먹는 사진 밖에 없었다. 나는 술을 즐기는 남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필 사진을 넘기면서 실시간으로 호감도가 뚝뚝 떨어졌다. 나는 소개팅을 앞두고 너무나 만나기 싫었지만 사진을 계속 둘러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망의 소개팅 날, 그날은 다른 날보다 훨씬 더운 날이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나는 날이었다. 가뜩이나 나가고 싶지 않은 소개팅에 날도 더우니 짜증이 났다. 그래도 꾸역꾸역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타고 나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소개팅남에게 연락이 왔다.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연락이었다. 차량 번호와 함께 무슨 차인지 까지 말하는 그의 수더분함에 잠깐 웃음이 났다. 나는 마음을 살짝 풀고 집 앞에 있는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톡 사진들만 보고 괜히 비호감을 가진 게 미안했기 때문에 커피라도 한 잔 테이크아웃 해서 차에 탈 생각이었다. 한 번도 차에 탈 때 누군가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커피를 양손에 들고 아파트 정문 앞에서 멍 때리고 있는데 하얀 차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가 말했던 차 번호와 차종이었다. 나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인사를 하며 그를 보았다.
'!!!!!'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