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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창업 Dec 27. 2021

사십 대가 꺾인 날이 오다니

낡은 다이어리에는

며칠 남지 않았다.

사십 대가 꺾이는 날이.

날씨마저 사납다. 가만히 있는데 손발이 시리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 덩달아 마음까지도 추워진다.


주말은 화이자 부스터 샷에 무너졌다.

한기가 들며 악몽을 꿨다. 관절이 쑤셔왔다.

버티다 타이레놀 한 알을 삼킨다.

미련하게도 고생하다 뒤늦게 약을 털어 넣었다.


참 세월 빠르다. 스무 살 그 푸릇함이 손에 잡힐 듯 그립지만 어느새 마흔 중반이 됐고 곧이어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오늘따라 더 소중히 느껴진다.


고1 아들은 엊그제 학교 축제에서 3등을 먹었다고 자랑한다.

온 가족이 모여 아들의 힙합 공연을 보고 듣는다.

집에서 조용한 아들이 무대 위에서는 펄펄 난다. 신기하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랩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며 그루밍을 잘도 탄다.


제법이다.

영상은 몇 번이나 되돌려 보고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전달한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나이 때에도 소풍이나 축제때면 심장이 터져라 무대 위를 뛰어가곤 했다. 가슴속이 불타올랐고 피가 뜨겁게 끓었다.


인기상만 여러 번 탔다. 가창력이 부족해져다.


전국 노래자랑 담양군편에도 출전했다가 예선 탈락했다.

아마도 가슴속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끼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분명 아들 녀석도 그 기운을 받은 것 같다.


꼬깃해진 2021년을 더듬어 본다.

하루하루 촘촘히 채워간 다이어리는 상처 난  성냥갑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일 년 전 여러 권을 놓고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최종 낙점했지만 내구성은 형편없다.


스타벅스. 겉은 화려했지만 내실은 별로다.

빈수레가 요란했다.


나의 2021년.

정말 많은 일들이 전쟁처럼 펼쳐졌다.

유독 힘든 일이 많은 해였지만 반대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다. 다이어리 속 하루하루가 모이니 일 년이 훌쩍 지나갔다.


헤럴드경제에 입사하면서 다시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다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한다. 행복하다.


장사와 사업을 접고 다시 직장인이 되니 몸과 마음이 가볍다.

팬데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 사장님의 그늘과 삶의 무게를 너무나 잘 알기에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2022년.

새로운 다이어리를 구하고 그 속에 미래를 적는다.

아픔과 슬픔, 고통보다는 소망과 희망, 행복의 글귀를 채워 넣는다.


이루고 싶은 목표 10가지도 힘주어 채워 넣는다.

일 년 후 지금 이 시간.

무엇을 얼마나 이뤘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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