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 말고 냉철

by 카밀리언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회사에서 팀원이 실수한 상황이 있다. 한 팀장은 냉정하게 반응한다. "이런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으면 안 돼"라며 현재 상황만 보고 처벌부터 한다. 실수한 팀원의 가능성이나 성장 여지는 보지 않는다. "변명하지 말고 결과로 보여줘"라며 차갑게 대한다. 팀원은 위축되고, 다른 팀원들도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변한다.


다른 팀장은 냉철하게 접근한다. 감정적으로 화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대충 넘어가지도 않는다. "어떤 과정에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라며 원인을 파악한다. 현재의 실수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본다. "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팀원이 될 수 있을 거야"라며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팀원들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일한다.


자녀가 성적표를 가져온 상황이 있다. 한 부모는 냉정하게 반응한다. "점수가 이게 뭐야?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너만 못해"라며 현재 결과만 보고 비교부터 한다. 아이의 발전 가능성이나 잠재력은 보지 않는다. "변명하지 말고 다음엔 잘해"라며 차갑게 대한다. 아이는 부모와 거리감을 느끼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쌓인다.


다른 부모는 냉철하게 접근한다. 화내지도 않지만 그냥 넘어가지도 않는다. "어떤 과목이 어려웠는지, 공부 방법은 괜찮았는지 이야기해 보자"라며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현재 점수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장 가능성까지 본다. "너의 노력이 분명 결실을 맺을 거야. 조금만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희망을 준다. 아이는 부모를 신뢰하며 어려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이게 '냉정'과 '냉철'의 차이다.


냉정한 사람은 현재만 본다. 상황을 단순하게 보고 즉각적인 판단을 내린다. "잘못은 잘못"이라며 융통성 없이 처리한다. 현실만 말하고 가능성은 보지 않는다.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발전의 기회를 차단한다.


냉철한 사람은 미래까지 본다. 감정을 조절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성장 가능성까지 바라본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관계를 발전시킨다.


미국의 한 법정에서 실화가 있었다. 아이들을 안전벨트 없이 태우고 운전하다 단속된 엄마가 재판장에 섰다. 지인 중 한 명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판사가 동정해서 벌금을 깎아줄 수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그 판사는 냉철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물었다. "만약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지금 어떤 심정이셨을까요?"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판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 내는 벌금이 그때의 후회와 고통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벌금은 그대로 부과했지만, 그 엄마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주었다.


핀란드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Kylmä järki on parempi kuin kuuma sydän"(뀔마 야르키 온 파렘피 쿠인 쿠하 쉬단) - "차가운 이성이 뜨거운 감정보다 낫다." 핀란드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중시한다. 겨울이 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달한 지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뛰어난 리더들의 공통점은 "감정 조절 능력"이었다. 그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감정한 것도 아니었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도 팀원들의 감정까지 배려했다. 이런 리더십을 "냉철한 공감"이라고 명명했다.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거리두기"라는 개념이 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이다. 냉정은 감정을 죽이는 것이지만, 냉철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냉철한 사람일수록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린다.


냉정은 관계를 얼리지만, 냉철은 문제를 녹인다. 냉정으로 얻은 질서는 일시적이지만, 냉철로 이룬 해결은 영구적이다.


냉정 말고 냉철을 택하라. 감정을 죽이지 말고 조절하라. 사람을 차갑게 대하지 말고 문제를 차갑게 분석하라.


우리는 자주 '차가움'을 힘이라 착각하지만, 진짜 강함은 차가움 속에서 따뜻함을 지켜내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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