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말고 대화

by 카밀리언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연인 사이에 큰 갈등이 생긴 두 가지 상황이 있다. 한 커플에서 여자친구가 "나는 네가 자꾸 핸드폰만 보는 게 싫어"라고 말한다. 남자친구는 즉시 대답한다. "그래서 내가 뭘 어쩌라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잖아", "너도 핸드폰 많이 보잖아"라며 변명부터 한다. 여자친구의 진짜 마음은 듣지도 않고 방어만 한다. 결국 여자친구는 "너는 날 이해할 생각이 없구나"라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3년 연애가 그렇게 끝났다.


다른 커플은 같은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한다. "어떤 때 그런 기분이 들어?", "내가 언제 그랬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줄래?"라며 여자친구의 마음을 들으려 한다. 여자친구가 "그냥... 내가 소외된 기분이 드는 거야. 마치 핸드폰이 나보다 소중한 것 같아"라고 털어놓자, "미안해, 그런 기분이 들게 했구나. 정말 몰랐어"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날부터 둘만의 시간에는 핸드폰을 서로의 가방에 넣어둔다. 결혼 후에도 그들은 자녀들과 얘기할 때, 같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두 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있다. 한 선생님은 바로 대답한다.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하면 "틀렸어, 정답은 이거야"라며 즉시 정정한다. "외우면 돼", "이 공식만 기억해"라며 결과만 중요시한다. 아이들은 틀릴까 봐 손을 들지 않게 되고, 정답만 달달 외우려 한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암기 위주 공부의 한계가 드러난다. 응용문제만 나와도 당황하고,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속출한다.


다른 선생님은 아이들과 대화한다.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해도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해볼래?"라며 사고 과정을 들어본다. 일부러 틀린 답을 말해보고, 그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왜 틀렸는지' 이야기하는 활동을 반복한다. "틀려도 괜찮아, 중요한 건 생각하는 거야"라고 격려한다. 아이들은 점차 자신 있게 말하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한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고, 과학 발명품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창의적 사고력을 발휘한다.


이게 '대답'과 '대화'의 차이다.


대답하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상대방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통을 차단한다. 상대방은 답을 얻었지만 이해받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대화하는 사람은 상호적으로 소통한다. 먼저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질문을 통해 더 깊이 파고들고, 함께 답을 찾아간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상대방은 진정으로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신뢰가 쌓인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계속 질문했다. "그것은 정말 옳은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라며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도왔다.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이다.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교육 방법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대화를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聞くは一時の恥、聞かぬは一生の恥"(키쿠와 이치지노 하지, 키카누와 잇쇼노 하지) - "묻는 것은 한때의 부끄러움이지만, 묻지 않는 것은 평생의 부끄러움이다." 일본 문화에서는 질문하고 대화하는 것을 중시한다. 답을 알고 있어도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리더십 연구에 따르면, 성공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은 "경청과 질문"이었다. 그들은 섣불리 답을 주지 않고 팀원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15년간의 추적 조사 결과, 대화 중심 리더십을 가진 팀의 성과가 30% 이상 높았고, 구성원들의 만족도도 월등히 높았다.


심리학에서는 "능동적 경청"이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과 감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다. 이런 소통을 경험한 사람들은 더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되고, 문제 해결 능력도 향상된다.


대답은 대화를 끝내지만, 대화는 관계를 시작한다. 대답으로 얻은 지식은 일시적이지만, 대화로 얻은 깨달음은 영구적이다.


대답 말고 대화를 택하라. 결론부터 말하지 말고 과정을 함께 걸어라.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배우려 하라.


답을 주는 건 쉽다.

그러나 마음을 듣는 건 어렵고, 그만큼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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