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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Oct 26. 2016

코르코바두 언덕의 그리스도

남미로 맨땅에 헤딩 -10

코르코바두 언덕의 예수상

식물원을 나온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코르코바두 언덕(Cerro Corcovado). 리우에서 가장 높은 곳인 이곳의 정상에는 예수가 인자한 표정으로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다. 두 팔을 벌린 채 리우 시내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도 뽑힌 이곳은 연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브라질의 최대 명소. 


정오를 지나자 무더위에 지친 우리는 택시를 잡아탔다. 불과 10분 거리였는데 미터기에 표시된 택시비는 우리 돈 1만 원을 넘어선다. 살인적인 브라질 물가에 연일 놀람의 연속이다. 하루빨리 브라질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690m 높이의 코르코바두 언덕의 예수상은 1931년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코르코바두 언덕에 오르려면 빨간색 등산 열차를 이용하게 된다. 물론 도보로 올라도 상관없지만, 치안이 매우 좋지 않은 슬럼가를 통과해야 하니 말리고 싶다. 43 헤알을 아끼고자 목숨을 거는 일은 삼가자. 


열차를 타고 30분 정도 천천히 오르면 정상에 도착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예수상을 마주한 순간 그저 멍한 느낌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랐고 예수의 인자한 표정에 또 한 번 놀랐다. 십자가에서 고통받는 예수가 아닌 밝은 표정의 예수는 별로 접하지 못해서였을까.


“당신을 만나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왔어요. 큰 비용과 시간을 내고서” 


예수상 앞은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예수상을 등지고 저마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서. 여기서 발견한 흥미로운 장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거대 예수상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바닥에 누워야 했기 때문이다. 아예 이곳에 누워서 찍으면 사진이 잘 나온다는 명당자리를 표시한 구역도 있었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산악인과 나도 서로 찍어주며 번갈아 드러눕는다. 

코르코바두 언덕 예수상 앞 풍경

어느 정도 사진을 찍자 전망대 끝으로 접근해서 리우 시내를 내려다본다. 시드니,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히는 리우의 전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왼쪽으로는 센트로 전경, 정면은 전방에 보이는 작은 언덕인 팡 데 아수카르(Pão de Açucar)와 코파카바나 해변(Copacabana Beach),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이파네마 해변(Ipanema Beach)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오르니 영화 촬영 장소로 리우를 자주 활용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탁 트인 대서양에서 줄기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감상에 젖는다. 멋진 경치에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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