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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곰천사 Oct 24. 2016

반갑다 리우!

남미로 맨땅에 헤딩 -8

리우 데 자네이루의 아침

상파울루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 이하 리우)까지는 야간 버스로 약 7시간이 걸렸다. 리우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동이 터오기 직전이었다. 인천에서 출발해 4일째 노숙과 외박으로만 보냈다. 양치질과 세수, 손과 발은 화장실 세면대를 이용해 틈틈이 씻었지만, 나흘 째 머리를 제대로 못 감으니 아주 환장할 노릇. 다음 도시인 포트 두 이구아수로 떠나는 야간 버스표를 예매한 후 참다못해 화장실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는다.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있자니 누적된 피로까지 단숨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브라질인들이 미소를 지으며 낯선 동양인에게 저마다 아침 인사를 건넨다. 


“봉 지아!(안녕하세요)” 


남미에서 오직 브라질만 스페인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를 사용한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두 언어. 남미로 오면서 스페인어 회화는 어느 정도 익혔는데, 포르투갈어는 젬병이었다. 아는 포르투갈어라고는 작년에 포르투갈을 방문해서 익힌 두 문장, ‘봉 지아(안녕하세요)’ 와 ‘오브리가두(반갑습니다)’뿐. 현지인들이 말을 걸면 그저 만국의 공통어인 웃음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터미널에서 일반 버스로 갈아타고 코파카바나 해변이 위치한 곳에 내려 숙소를 물색했다. 얼른 샤워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원하는 숙소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멘 채 두 시간여를 돌아다니다 보니 체력은 이미 고갈된 상태. 인상을 잔뜩 찌푸린 산악인의 표정 역시 매우 지쳐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때마침 1월의 리우는 극성수기라 유럽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적거렸다. 더구나 2월에 있는 세계적인 큰 잔치 리우 카니발(Rio Carnival)을 앞두고 있어 더더욱 그러한 상황. 책에 나온 호스텔들은 이미 빈방이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1박에 우리 돈 17만 원이나 하는 작은 여관에 투숙하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성수기라지만 우리나라의 허름한 여관 수준에 불과한데 17만 원이나 하다니! 어마어마한 브라질 물가에 망설였지만 불안정한 리우 치안 때문에 노숙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체력이 따라주질 않았다. 


어쨌든 숙소에서 짐을 풀고 시원한 찬물에 샤워하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든다. 1월 15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는 한겨울이겠지? 여긴 한여름의 아침, 우리나라는 한겨울의 저녁. 이곳과 그곳은 모든 것이 정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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