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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Feb 08. 2024

명상 첫날과 둘째 날

한 시간 동안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명상센터에 한 시간 무료상담을 예약했다. 


 센터를 예약하면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상이라고 하면 불교의 참선하는 모습이 떠올랐지만, 사이비 종교가 둔갑한 모습도 떠올라 의심이 들어서. 예약 시간에 센터에 들어가자 명상 선생님께서 맞이해 주셨다.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셔서 그동안 겪은 일을 뭉뚱그려서 말씀드렸다. 요즘 마음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물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끼며, 길게는 한 달 정도 침잠해 있고, 갑자기 울음이 터지거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덧붙여 약물을 통해서는 아픈 마음의 근본적인 뿌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서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선생님은 잘 들어주셨고, 대략적으로 명상이 어떠한 것인지 말씀해 주셨다. 벌써 명상을 한 지 5개월 정도 지나서 첫 만남에 나눴던 말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울감이나 기분에 휘둘리는 것이 습관이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나고, 명상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잘 왔다고 반겨주셨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사이비 종교가 포섭한다는 느낌은 없어서, 명상센터를 다녀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고 두 번째로 센터를 찾았다. 보통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하는데, 첫날이어서 명상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수업을 좀 들어서 한 시간 반 정도 센터에 있었다. 명상하는 방법을 여기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복잡하지는 않았다. 명상하는 방법을 익히고,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마음이라는 말은 많이도 썼을 텐데, 한 번도 마음의 소리는 들어보려고 한 적도 없고, 들여다보려고 한 적도 없다는 사실에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명상을 했다. 한숨을 푹푹 쉬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첫 명상이 끝나고는 생경한 느낌만 들었을 뿐이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게 센터를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 명상을 몇 번이나 가도 사실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명상 선생님께서는 내가 방법대로 명상을 하고 있는지 확인만 할 뿐 이렇다 할 조언을 하지 않았다. 내가 명상일지를 쓰기 시작한 건 마음에 어떤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할 때부터다. 마음에 어떤 깨침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명상을 하면서 적어두기도 하고, 집에 와서 정리하기 했으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명상을 시작한 후로 마음에 어떤 깨달음에 일었을 때마다 명상일지를 써왔다. 명상을 하면서 분노에 휩싸이기도 했고,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인생이 부질없다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동안은 집에서 명상을 할 때마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중 한두 번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기도 했다. 이유 없이 눈물이 계속 터질 때도 있었고, 불안이 엄습해 올 때도 있었다. 너무 외로워서 다른 무언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앞으로 쓸 글은 그동안 명상일지를 갈무리하는 글이 될 듯하다. 명상수련의 한 챕터가 넘어가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지 5개월 동안의 명상일지를 갈무리하고 앞으로 이어갈 명상의 새로운 지점에 서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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