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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06. 2021

약값과 윤리

 척수 근위축증은 유전적 질환으로 질병의 유형에 따라 신생아 시기 사망하거나 운동신경의 기능 소실로 심한 근위축이 초래되어 걷거나 설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재활이나 보존적 치료방법 외에는 다른 손쓸 방법이 없었으나, 의학의 발달로 적절한 시기에 발견되면  근치적인 치료나 질병의 현저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약품들이 개발되어 상용화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약값이다. 약제에 따라서는 한 환자의 치료에 매년 4-5억 원의 약값이 든다. 최근 이 질환에 한번 투약만 해도 되는 약이 개발되었는데 예상 약값이 25억 원가량 된다.


 IQVIA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기준으로 2017년 새로운 항암제들의 일 년 치료비용의 중앙값이  일 년에 1 8천만 원을  넘어섰다. 이번에 혈액암 치료로 개발된  CAR-T세포 치료인 킴리아는 일인당 치료비용이 4-5억 원 정도 들 것으로 상하고 있다. 고가 신약들의 약값 상승률은 경제성장률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대분의 OECD국가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가 GDP 성장률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건강보험을 포함한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는 지속 가능할까?


 국부론을 저술한 아담 스미스에 의하면 우리가 식탁에서 소고기와 빵과 채소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들의 이기심 때문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많은 경우 우린 이타심을 기대하겠지만 타인에게 이타심을 요구하며 나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사실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이리라. 따라서 우린 막연히 제약사에게 환자들을 위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풀고 혁신적인 치료약제를 개발해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자발적으로 그런 마음을 먹는 기업인이 있다면 그야말로 감사할 일이겠지만.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약값이 현실적으로 너무나도 고가이다. 소고기와 빵과 채소의 가격을 사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올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담 스미스는 가격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되고 소고기와 빵과 채소의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자의 경제적 이기심은 사회도덕적 한계 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그의 앞선 저서 도덕 감정론에 따르면 사람들 안에는 참되고 공정한 관찰자(the real and impartial spectator)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가 결정에서 의사결정자들 안에 이러한 '참되고 공정한 관찰자'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획기적인 약을 개발 한 제약사가 약 값을 한번 치료에  2억~25억 원에 해당하도록 책정할 때, 수십조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보험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환자들과 대중 앞에 그 비용을 제시하였을 것이고, 상상할 수 없는 고액의 비용 책정에 대한 사회로부터 직접적으로 윤리적인 비난에 직면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에서는 거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의료 보험자와의  계약에 의해 약값이 결정되므로  대다수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에 직접 직면하지 못하고 제약업계는 윤리적 문제를 회피해 나가게 된다. 즉 고가의 약값을 책정하고도  대중으로부터 받을 윤리적 비난을 비켜 가게 되고, 보험의 의사결정자들은 특히 다른 치료적 대안이 부족한  미충족(unmet) 의료의 경우, 전전 긍긍하며 을의 위치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왜 환자들의 고통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좋은 약을 보험에서 급여해주지 않느냐는 비난이 보험자에게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작 초고가의 약값을 책정한 제약사는 사회로부터의 직접적인 윤리적 비난의 대상에서 일단 비켜나가게 된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무역질서체계하에 편입된 국제사회의 전반적 문제이다.


이러한 복잡해진 구조 속에서 제약회사의 윤리는 어디에 있을까?


 자유시장 체계에서 사회가 감내하기 어려운 시점이 되면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약값을 책정하는 시스템, 즉 개발비용과 제품 생산 유통에 들어갈 전반적인 비용들을 반영한 적정한 가격을 결정해주는 사회 공동의 가격결정 구조시스템, 이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장에서 참되고 공정한 관찰자의 역할이 작동하기 힘들다 생각될 때, 사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할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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