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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an 17. 2023

포도나무의 가지

 규모는 작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방면의 필요가 다 채워졌을 무렵,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내게 몰려왔고 이전에 체험하였던 절대자에 대한 체험이 나로 하여금 다시 그분을 찾게 하였다. 1987년 결혼생활의 시작과 함께 성경에 기록된 진리들이 내게 하나하나 열리기 시작하였고, 그중 한 가지는 신약의 믿는 이들은 복음의 제사장들(벧전 2:5, 9)이라는 것이었다.


 로마서 15:16 이 은혜로 나는 이방인들을 위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역자, 곧 하나님의 복음에 수고하는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이방인들이 성령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제물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앞선 신실한 믿는 이들은 '제사장은 하나님을 사람들에게 이끌어 오고 사람들을 이끌어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알려 주었다. 이러한 말씀에 격려를 받아 초신자 때부터 내가 느낀 만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하나님을 전한 것은 내과 수련의 시절 함께 하였던 간호사들이었는데 그들 중 두 사람이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중 처음에는 덜 적극적인 것처럼 보였던 KH Kim 간호사분이 주님께 인도되었고 지금도 교회 생활 안에 있다. 사실 간호사분들은 하루 3 교대로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병원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도와 하나님을 알도록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무가 아닌 시간에는 다음 근무를 위해 충분히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접촉하는 것이 그다지 용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간호사분들에 대한 부담을 점차 더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고된 의료현장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련 기간이 끝나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 의무복무기간 동안 공군의 비행군의관(flight surgeon)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첫 해 후반기에 예천으로 잠시 부대가 이전하여 6개월간 그곳에 근무하게 되었다. 주말에 당직이어서 한가로이 부대건물 앞 작은 연병장을 거니는데 한 사병이 내 주변을 빙빙 돌며 따라왔다. 마치 지구 주위를 달이 돌듯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와서, 그 사병을 불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구원의 주가 되심을 전해 주었는데 그는 신기하게도 내가 하는 말을 다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는 구원을 받았고 제대 후에 간간히 그가 교회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것이 두 번째 복음의 열매였다.


 공군 근무 중 후 2/3 기간은 항공의학적성훈련원의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DW Kim, OH Kim와 MH Cho 세 사람이 주님을 받아들였고 뒤에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연결되어 소식을 나누고 있고  교회 생활 가운데 계시며, 첫 번째 분은 연락이 끊겼지만 훗날 가톨릭에서 생활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대 후 호흡기 내과 전임의 생활을 시작하며 대학병원에서 환자 진료와, 연구와 의과대학생 교육의 업무를 감당하다 보니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와 저녁 10시 넘어 귀가하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 당시 큰 딸아이가 어렸는데 아이가 깨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일 년을 생활하던 중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았는데, 직장 옆으로 집을 옮기거나 아니면  의원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한 꿈을 꾸게  되었는데  거대한 용들,  용은 집게처럼  소라 껍데기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또 다른 용은 성큼성큼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며 걷는 것이 보였는데  가운데 동자 한 아이가 그들 중 첫 번째 용에게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와 상의하고 깊은 고려 끝에 개원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였다. 당시 교실에서 내게 분자 유전학 연구와 관련된  트레이닝을 시켜 주었고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도교수님께 나의 뜻을 밝히고 후임을 뽑아주시면 일 년간 인수인계를 하고 후 이직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약속드린 일 년이 다 돼 갈 무렵 개원할 장소를 알아보러 다녔는데 1994당시 1억 원 정도 초기 자금이 필요하였다. 그런 큰 자금이 있을 리 만무하였던 우리로써는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거금을 대출받는다는 것이 몹시 불안하였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일 뿐이었다. 그러나 후임이 정해졌기에 번복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상황이었다. 나의 위 기능은 이전에 쇠를 소화할 정도로 튼튼하였는데 이때 처음으로 어린 시절 이후 위경련이란 것을 경험하였다.


 진퇴양난의 상황 가운데 일간지에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대형 병원이 개원하며 의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올라왔다. 규모가 있는 종합 병원이어서 내과도 분과별로 모집을 하여 호흡기 내과를 전공한 나의 경력을 활용할 여건이 되었다. 아직도 면접당시 이사장님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면접이 끝나자 갑자기 일어서시더니 연로하신 분께서 내게 90도로 절하시면서 새로 개원할 병원의 호흡기 내과를 잘 자리 잡게 해달라고 당부하셨다. 당신께서도 훌륭한 의사로서 명망이 있으신 분이시고 나는 아들 뻘밖에 안 되는 새파랗게 젊은 의사였는데 자신을 낮추시어 말씀하시는 모습에 보통 분이 아니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밖에 안 되는 곳에 호흡기 내과의 책임자로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내겐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처음 개원한 병원인지라 여러 여건이 미비하였고 내 입원환자가 30-40명이나 되었지만 아침저녁으로 회진을 돌고, 외래도 거의 매일 보며 불도저처럼 일하였다. 인근 타 대학병원에서 진단이 안 돼 고생하던 불명열 환자도 나의 진단에 따라 수술하자 그다음 날로 발열이 멈추고, 국내 최초 보고 사례가 되는 희귀 질환들도 진단하고 치료를 하여 완치되어 유수한 국제 학술지에 보고도 하게 되면서 나는  의사로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교회 집회 장소에 들려 성도들과 아침 일찍 성경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출근하였다. 그런 매일의 시작으로 인해 나는 매우 활력적이 되었고 병원 분위기도 모든 것이 새로워  처음 만나는 병원 내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웃으며 대하며 심지어 좀 친해지면 성경을 같이 읽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곤 하였다. 그러던 중에 점차 동료 내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성경을 같이 읽는 소그룹 모임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내과 외래 간호사였던 YJ Kim, 폐기능검사실 근무하던  JA Kang 그리고 내과 동료 의사들인 YS Park, HR Kim, JW Choi, SJ Gong, 소아과 KY Kim,  임상병리과 HE Son,  그리고 내과 수련의였고 훗날 내과 전문의로 알레르기 호흡기 내과스탭이 되었던 HY Kim, 정형외과 CG Shim, 성형외과 KS Jo 선생님이 주님을 영접하고 침례를 받게 되었다. 이분들 대부분이 지금까지 교회 생활 가운데 계신다. 당시 기존에 이미 크리스천이셨던 KH Park선생님도 함께 성경을 추구하였다.


 함께 추구하는 분들이 주 예수님과 성경말씀에 빛 비춤 받고 하나님을 체험하고 누리는 것을 서로 말해 주곤 하였는데 이런 모임에서의 상호 교통으로 하나님을 점차 알아가는 것에 대해 각자가 기뻐하게 되었고, 나도 이분들의 이러한 공급과 모습에 크나큰 격려를 받았다.


 이 분들 중 박 선생님은 남편, 부모님이 모두 주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을 받게 되었고, 간호사분도 남편이 구원을 받고 교회 생활안으로 들어왔다. 손 선생님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는데 그곳에서 남편분도 함께 주님을 섬기며  교회 생활을 하고 계신다. 조 선생님의 남편 되시는 분도 구원을 받게 되었다. 제자이자 동료가 된 김 선생님의 남편인 HT Lee선생님은 대학생 시절 한때 이단에 빠져 고생하였는데 종교적 배경이 없었던 아내가 직장에서 연결된 사람들과 성경 모임을 갖는다고 하여 마음에 염려를 하여 우리 모임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보러 왔다가 주님께 사로잡혀 심지어 주님을 섬기는 봉사의 일을 적극적으로 하였고 지금도 교회 생활 가운데 함께 하고 있다.


요한복음 15:5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들입니다.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그 사람은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떠나서는 여러분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우리가 포도나무이신 주 예수님의 가지들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주 예수님 안에 거하면 주님은 우리 안에 거하시고, 우리가 그분께 조금 열어드려도 그분은 그분 자신의 생명을 우리 안으로 분배하셔서 우리로 그분의 생명의 본성에 따른 포도열매들을 맺게 하신다고 하셨다. 포도나무가 포도열매의 결실을 맺는 것은 기적이 아닌 생명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처럼 모든 믿는 이들은 자신을 주 예수님께 열어드리고 주님의 말씀에 자신을 열어 드릴 때 주님께서 우리 안에 역사하시어 열매를 맺도록 인도하신다. 이것은 생명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요 결과이다.  모든 과정을 아내와 주님 안에 가족, 형제자매님들과 함께 하였고 기도와 목양의 공급이 주님의 몸 된 교회로부터 왔다. 특히 장모님의 기도가 큰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장모님께서 주님 품으로 가신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당시 큰 힘의 공급이 상실된 것을 느꼈다.


 5년이 다 돼 갈 무렵, 한 면에서 나는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의 환자들을 대하는 빈도도 늘어나고, 내게 오래 다니던 환자 분들, 특히 폐기능이 저하된 만성폐질환자들에게는 매해 겨울이 고비가 되곤 하는데, 그분들 중 일부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기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더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한계와, 또 좀 더 잘하였다면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텐데 하는 자괴감도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계기가 되어 잠시 개원하였다가 정부산하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면서 임상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수련 기간을 포함하여 17년에 걸친 임상의 현장이었다.

 

 나의 직장 외에도 아내의 직장 동료였던 EJ Lee과장님이 주님을 영접하고 함께 한동안 성경을 같이 추구하였고, 그 이후도 아내의 직장 동료였던 YS Si 과장님이 주님께 인도되어 지금까지도 함께 말씀을 추구하고 누리고 계신다.


교회 안에 갓 인도된 자매님의 부군이신 CH Kwak교장 선생님은 의롭고 선한 성품을 지니신 전형적으로 모범적이신 분이셨다. 당시 기독교에 계신 어떤 동료 선생님의 잘못된 행동으로 교장선생님은 믿는이들에 대해 마음이 많이 상하신 상태였다. 이분을 교회생활 안으로 인도할 부담을 아내와 함께 갖게 되었는데 우리로 인해서도 혹시나 마음이 상하실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으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어떤 의도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교장 선생님과 두 아들 모두 주님께 인도되었다.


 새롭게 교회 안으로 인도된  배자매님 남편 되시는 HS Kim님은 당시 문구점을 운영하고 계셨고 종교적 배경이 전혀 없으신 분이셨다. 아내 되시는 분이 갑자기 주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니 당황하셔서 혹시나 아내가 잘못될까 하여, 우리 소그룹 모임에 초청하였을 때 주저 없이 오셨다. 오셔서 하신 말씀이 "아내가 가는 곳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따라가야 해서 오셨다"고 하여 우리가 박장대소하며 맞이하였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에 대해, 주 예수님께서 우리의 구주가 되심에 대해, 우리 죄가 주님께서 희생양으로 대신 죽으심으로 인하여 사하여졌고 주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위를 주셨음을 말해드렸더니 그날로 주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구원을 얻게 되셨다. 구원받으신 후 항상 성경을 즐겨 읽으시고 문방구에서도 매일 성경을 펼쳐 놓으시고 읽으시며 말씀 읽기를 좋아하셨다.


 장자매님의 남편은 젊었을  기독교에서 생활을 잠시 하셨으나 결혼 이후 교회생활을 떠났다. 자매님이 자신의 온 가정이 구원받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우리 부부와 몇몇 교회 형제자매님들이 자매님과 그 남편 되시는 JJ Koh님과 함께 다산 생태공원에 함께 산책을 갔다.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직설적이었고 안과 밖이 같은 순수한 분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것저것 주님에 대해 내게 질문하여 생활가운데 체험한 그리스도를 말해 드렸는데 그때 마음이 열려 곧 교회 생활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들 부부와 매주 성경을 함께 추구하다 얼마 되지 않아 자매님의 오빠 SS Jang님과 올케 YS Lee님이 주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며 침례를 받고 교회 생활 안으로 들어오셨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부부가 함께 기도하며 함께 추구하고 함께  산책을 가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활용하며 지금도 매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 글을 쓴 목적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며, 지금도 그분은 우리 가운데 역사하고 계시고, 우리가 주님께 조금 열어 드리고 주님의 말씀을 붙들 때, 그분의 신성한 생명이 우리 존재 안으로 역사해 들어와 포도나무의 가지들이 뻗어나가게 하시며 포도열매를 맺게 해 주신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이다. 이는 기적이나 뛰어난 어떤 능력의 제가 아닌 적으로 자연스러운 하나님의 생명의 문제임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사야 6:8 그때 나는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었다. “내가 누구를 보내랴? 누가 우리를 위해 가랴?” 내가 아뢰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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