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무 May 21. 2024

나이 들어가는 것을

출근 시간 대 서울의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나는 빠르게 걷는데 사람들은 나를 지나쳐 간다. 종종걸음으로, 달리듯, 아니면 분명  방금 지나쳐간 사람은 걷는 것 같은데 축지법을 쓰는 것이 분명한 게 쉭쉭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사라져 버린다. 이것을 느낀 것이 나이가 들면서부터일까? 앞서 가는 사람을 따라잡으려 해도 그는 저만치 심지어 아득히 가버린다.


 물론 출근길에 주로 느끼는 것이고 평소에 내 발걸음은 중상을 넘는 편이다. 직장 동료, 주로 젊은 친구들과 함께 점심 식사하러 갈 때,  멀리 가곤 하는데, 그들은 내가 빠르게 걷는다고 귀엽게 눈치를 주곤 한다.


 어떤 새로운 행동을 하기 전, 타인에게 물어야 할 때, 나는 서너 번 묻는다. 똑같은 말을 반복해 질문하는 것은 아니고 이 각도 저 각도,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의 경우 다 묻다 보니 아내에게 "당신 나이 들었어!"라고  소리 듣기도 한다. 이런 경우 런 상황 만나다 보니 생각해 두지 않으면 닥쳐서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나는 철저히 묻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거의 강박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지난 하이원 리조트 숙박 때에도 산 위 팰리스 호텔에 묵은 관계로 산 아래 컨벤션 호텔의 주차장에 주차할 필요가 생겼을 때 아내에게 한 소리를 들었는데, 나는 이전에 컨벤션 호텔에 묵었을 때 차량을 미리 등록했던 기억이 나서 우리는 주차하기 힘들 것이라 하였다. 아내는 주차장이 다 찼는지 안내를 위해 미리 등록한 것이었지 제한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래도 나는 주차장 입구에 진입은 했고 뒤차는 바짝 내 차뒤에 들이대고 있는데 들어가진 못하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 전화로 문의해 보라 하였는데 마지못해 전화 한 아내는 내가 보기에 대충 질문하더니 "괞찮다고 하잖아" 하며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막상 컨벤션 주차장 입구 진입하려고 들어서는데 호텔 투숙객 외에 주차 금지라고 쓰여 있고 들어가는 차량 번호를 자동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그제야 약간 불안해진 아내는 마침 지나가던 직원에게 문의하니 이 주차장은 컨벤션 호텔 투숙객 전용이고 좀 더 위로 올라가면 누구나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머쓱해진 아내는 나를 힐끗 보며 "마음 상했어?" 하는데 어찌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마음이 '크게'상할 수 있으랴. 감히!'아니'라고 답하며 피식하고 서로 웃었다.


 어쨌든 나의 질문이 구체적이고 자세하고 집요해져 가는 것은 나도 인정할 수밖에 긴 한데, 어찌하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보고 듣고 체험해 온 것을.


 나이가 들어가며 이런 저런 변화들이 생기긴 하지만, ' 들었네' 하는 순간부터 늙기 시작하고, '늙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 하는 순간부터 할 길이 없어지므로 나이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한다. 일전 나의 어떤 글에서 언급했던 이 드신 흰머리 노신사의 말, '나이 들었어도 천천히 하면 못 할 일이 하나도 없어'란 말을 다시 기억하며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