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의학자들이 예상한 대로 겨울철이 되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Coronavirus Disease-19)가 대 유행을 일으키며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세계적으로는 예상보다 빨리 예방 백신이 개발되어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하여 다행스럽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은 SARS-CoV-2 바이러스이고 인류에게는 처음으로 노출되어 유행을 일으킨 지라 전 세계가 당혹해하고 갈팡질팡하며 일 년을 보내었다.
그림 1. 우리나라 환자 발생현황
그동안 수많은 의학 연구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에 대해 의학적으로 적지 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인류가 처음 접하게 된 이 미생물체에 대해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하였는지 그 병태생리를 이해하면 인류와 미생물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다. 먼저는 의학적 사실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고, 이를 토대로 인문학적 해석을 시도해 보자.
- 의학적 사실 -
이 SARS-CoV-2 바이러스의 족보를 보면 2002년 1년 반 동안 인류를 화들짝 놀라게 하였던 급성 호흡기 증후군, 일명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를 일으켰던 바이러스 SARS-CoV1과 유전자적으로 80% 정도 일치하며 박쥐에서 발견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96%가량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연계에서 야생동물들 간에 감염을 일으키던 이 바이러스가 생태계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인류에게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기도 감염, 즉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들 중 하나로 감기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중 10~30%를 차지하는데 인류는 최근 병원성이 매우 강한 다른 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유행을 겪게 되었다. 2002년 사스라 불리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1)와 우리나라에서는 메르스로 알려진 2015년 발생한 중동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 그리고 세 번째는 아직 끝나지 않은, 2019년 12월에 수면 위에 올라와 전 세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는 새로운 종인 SARS-CoV-2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다.
상대적으로 유행의 범위가 적었고 일 년 반 만에 유행이 종식된, 우리나라에서는 환자 발생도 없었던 사스에 비해 이와 유사한 SARS-CoV-2 바이러스는 어떻게 전 세계적인 대 유행을 일으켰을까?
의학자들은 그동안 관찰한 결과에 따라 몇 가지 사유를 들고 있다. 첫 번째는전파력이 사스보다 더 강하고 전파의 효율성이 더 높다. 이 바이러스들이 인체의 세포에 감염되는 과정을 보면 인체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ACE-2(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수용체와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S(spike) 단백이 결합하여 이 바이러스가 인체의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SARS-CoV-2가 SARS-CoV-1에 비해 구조적으로 더 강력한 결합능력을 갖는다고 한다. S 단백은 일종의 인체 세포로 들어가는 열쇠가 되고 세포 표면의 ACE-2는 자물쇠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세포 내 진입의 장벽을 손쉽게 해제하고 들어가도록 좀 더 특화된 S단백의 열쇠로 무장한 것이다. ACE-2 수용체는 우리 몸의 수분, 전해질 및 혈압조절 관련 시스템과 연관된 효소의 수용체인데 이 바이러스가 이 수용체를 세포 진입의 수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두 번째는 이 바이러스가 전격전에 능하다는 점이다. 초기에 강세를 발하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기 수 일전부터 증세 발현 6일 때까지 감염자를 통한 바이러스 배출이 최고도에 달한다. 사스의 경우는 감염 2주째에 최고치에 달하므로 이미 환자가 발견된 이후이므로 감염을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유효하게 감염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경우 환자가 인지되기 전에 혹은 초기에 많은 바이러스를 이미 배출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으니 유효한 방역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이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방역에 드는 사회적 노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전격전에 능한 바이러스에 기인한 일이니, 너무 방역 당국을 탓하지 말자.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호흡기 비말(droplet)을 통해 배출되어 전파되는데 직접적으로는 감염된 비말이 공기를 통하여 사람의 결막, 코, 입의 점막에 통해 타인에게 전파되거나 떨어진 비말에 오염된 물질을 타인이 손으로 접촉한 후 그 사람이 자신의 눈, 코 또는 입을 만지므로 전파되게 된다. 비말보다 더 작은 크기여서 공기 중 떠다니다가 전염되는 작은 분무 전파(aerosol transmission)의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씻는 습관을 갖게 되면 예방이 가능하다.
비록 이 바이러스가 교활하고 전격적으로 사람에게 침입하였으나 우리 인체도 만만하지 않다. 우리 몸은 T-림프구를 주축으로 하는 보병과, 좀 더 늦게 생성되지만 바이러스 맞춤형 화학무기인 중화 항체를 생성하는 B림프구들을 주축으로 하여 다양한 세포군으로 구성된 면역체계가 침입한 바이러스를 물리치려고 전쟁에 임하게 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보다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 사이토카인은 세포들 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타 염증 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세포에서 분비하는 물질들이다. 이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거의 태풍 수준으로, 핵전쟁을 일으킬 정도의 막강 화력을 발생하게 되면 피아가 구분되지 않고 우리 몸 조차 손상을 받는 일도 생기는데 이러한 현상을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라고 부르게 되며, 이 경우 감염된 환자가 매우 위중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과열된 염증반응으로 오히려 우리 몸이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염증억제제인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기도 하게 되나, 스테로이드제제는 염증반응을 줄여야 하는 단계인지에 대한, 의사의 적절한 판단에 따라 사용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강력한 우리 몸의 대응으로 다행히 침투된 바이러스와 그에 감염된 우리 몸의 세포들이 사멸되면서, 전쟁터 같이 된 우리 몸에서 염증 반응 억제 물질들을 분비하면서 신속히 복구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게 되고 중증이었던 환자의 상태가갑자기 호전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되기도 한다. 별다른 치료약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또한 다행인 것은 감염되었던 환자들에게서는 SARS-CoV-2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육군 보병들인 기억 T림프구들이 생성되어 이후의 감염에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역량이 생성된다는 사실이다. 적을 아는 노련한 보병 세포들이 생긴다니 희망적인 관찰 결과이다.
감염된 사람의 4-32%가 무증상자라는 보고가 있는데 진단 당시 무증상이지 시간이 지나 증세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데, 우리나라의 보고에 따르면 무증상이거나 증세가 경미하여 지역 격리센터에 입소한 632명 중 끝까지 증세가 없었던 사람이 371명으로 58.7%에 달하여 상당수 감염된 사람들이 무증상인 경과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마다, 상황마다 데이터가 큰 차이가 나므로 위 분포를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여러 문헌을 종합한 대략적인 대략적인 분포로 받아들인다면, 환자의 분포는 상기와 같다.
감염된 사람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 입원을 요한 환자들 중앙값의 분포가 49-56세이며, 중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확진자의 87%가 30-79세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모델링을 통한 입원율을 계산해보면 20-29세가 1%, 50-59세가 4%, 80세 이상이 18% 정도 입원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중환자실 입원한 환자의 67%가 45세 이상이었고 사망자의 80% 이상이 65세 이상이었다. 즉 어리거나 젊은 연령층에서는 질병의 발생이나 중환자, 사망자의 발생이 현저히 낮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현재 백신이 출시되어 올해 하반기가 되면 전 세계적인 유행은 종식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개인적 방역조치 준수가 최선의 예방대책으로 보인다.
- 인문학적 해석-
이상의 현재까지 알려진 의학적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인류가 처음으로 접한 미생물의 공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보자. 인간계에 없었고 동물계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들어오자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당황한 흔적들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경험이 많은 중장년에서 노년 계층에서 그렇다. 이 바이러스 자체가 독성이 강력하다면 왜 어린이나 청소년 연령층에서는 질병의 발병이나 중증환자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을까? 이는 이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 때문보다는 우리 몸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질병 양상과 중증 질환으로의 발전이 야기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과거의 많은 경험이 오히려 우리 몸엔 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들에 비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다 새로운 적들이니까 하던 대로 반응하여 적을 물리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적들과 싸워 본 경험이 많은 중장년의 면역체계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몸의 세포나 조직도 손상을 입게 되면서 다양한 질병양상을 초래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수두 감염에서도 볼 수 있고 A형 간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어려서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어른이 되어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질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더 크다.
인생을 살며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된 사람은 보다 더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을 이해할 능력을 갖출 수도 있으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인해 강한 선입관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관점을 고수함으로 오히려 그릇된 반응을 보여 일을 그르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강한 상처를 주고 자신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해심이 많아지고 유연해질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고집이 세지고 주장이 과도하게 강해질 위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새로운 질병에 인류가 반응한 방식으로부터 배울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백지 같이 아무것도 없이, 새롭게 되어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들과, 사람들을 대해보는 훈련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집요한 관념을 좀 내려놓고 말이다.
참고로 한 문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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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binson F. Role of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and pericytes in cardiac complications of COVID-19 infection. Am J Physiol Heart Circ Physiol 2020:319: H1059–H1068,
3. Wiersinga WJ. Pathophysiology, Transmission, Diagnosis, and Treatment of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JAMA. 2020;324(8):78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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