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1월 2일 아침 7:40분 비행기로 청주공항을 탄다. 어젯밤에 내린 눈으로 비행기의 제빙작업을 위해 25분이 딜레이 되었다. 제빙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분무기도 액체를 뿌리니, 비행기 날개에 있던 눈들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연착을 해서 내린 제주비행장이다.
제주비행장은 국내선 항공기들이 10분 단위로 뜨고 내린다. 코로나로 인하여 막혀 있던 국외 여행 대신에 국내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탄 비행기도 빈 좌석 없이 만석이었다.
제주공항 렌터카로 차를 렌트를 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셔틀을 타고 렌터카 회사에 도착하니 키오스크로 모든 수속을 10분 이내로 끝마치고 차를 렌트했다. 예전에 일일이 사람들이 설명하고 작성하고 하는 번거로움이 모두 사라졌다.
우도로 들어오는 배를 타고 오면 배위에 유독 갈매기들이 많이 따라온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선장실에 새우깡봉지가 박스채로 쌓여 있다. 그야말로 무인판매인데 아이들이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던지면 그것을 먹으러 달라든다. 그 사진을 찍는 재미가 솔솔하다. 하지만 추우니 모자를 잘 쓰고 조심해서 찍어야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올레1길 대신이 1-1길 우도를 걷기로 했기 때문에 성산포로 향한다. 성산포에서 우도로 가는 배는 30분마다 있다. 성산포항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하우목동항이다. 우리는 하우목동항에 내려서 올레길 1-1길 코스 왼쪽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이 억새들을 아무리 쓰러 넘어뜨릴려고 해도 이 억새들이 쓰러지기는 하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얼마나 많은 태풍과 강풍을 맞이 했길래 이렇게 그들은 누워 있는 것일까?
제주도가 겨울이 아닌 곳이라는 것을 돌담에 있는 꽃들이 내게 알려 준다. 쑥부쟁이이 잎이 진 곳들도 보라색 꽃들이 그 담벼락을 지키고 있다.
제주는 바람, 여자, 돌이 많다고 삼다도라 한다. 그중에 돌은 화산섬이라 모두 화강암이다. 제주의 집들도 화강암, 보도블럭도 화강암, 화산이 식어서 돌멩이에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는 모습이 대단하다. 밭들의 담벼락은 한줄로 들어서 있다. 그 사이로 구멍이 나 있어서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그 구멍을 일일이 작은 돌메이나 받침대로 채우지 않고 비어 있는 대로 둔다.
해안도로로 갔다면 이런 유채를 못 보고 돌아올 뻔했다. 유채가 지난해에 뿌려 놓은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자랐던 유채에 씨가 떨어져서 싹이 나서 다시 돋아 나왔는지 아무튼 보는 우리에게는 너무 편안함이 몰려온다.
돌담 사이로 유채가 피어 있는 길에 오랫동안 멍을 때리고 있다가 가고 싶지만 앞서가는 일행들과 함께 페이스를 맞추기 위해 뛰어간다.
좀 넓은 길을 빠져나왔는데 농사 기계들이나 차량이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해 콘크리트 길을 만들어 놨다. 그 사이에는 돌담에 핀 유채꽃들 대신에 자갈들이 깔여 있다.
한박사에게 점프를 요청했더니 한박사가 날아오른다. 제주 올레길을 걷는 동안 모델이 되게 해달라고 했다.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푸른 보리밭은 마음까지 훤하게 뚫어 준다. 한 때 이 돌덩이들도 저 밭 여기저기를 차지했으리라 그러다 이곳의 돌담이 되는 데 한몫들을 차지하고 있다.
돌담을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바다가 보이는 왼편의 조그만한 섬이 비양도이다. 비양도의 해거름이 아름다운데 당일치기로는 마지막 배편을 이용해야 하기에 그 모습을 아쉽게도 못본다.
마을에 들어서기전에 있는 방사탑이다. 제주를 다니면 마을 어귀에 이러한 돌무더기가 많다. 제주에 현재 남아 있는 방사탑은 17기이다. 육지의 장승과 솟대가 있다면 제주에는 방사탑과 돌하르방이 있다. 말그대로 마을의 방사(防邪), 즉 사악한 것을 방어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쌓아 올린 것이다.
한박사는 모델을 하면 차렷 자세로 사진을 찍는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사진을 찍어 온 듯하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이다.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낮아서 해수욕하기에는 이루어졌다고 한다. 70세 해녀를 모티브로 한 상이 눈에 띈다.
야자수 사이로 앞에 있는 전기차들이 이 우도들을 점령하고 있다.
돌담 사이로 피어 있는 꽃들이 해국(海菊)이다. 온갖 바닷바람을 머금고 고고하게 담벼락 아래를 지키는 바다 국화는 향기가 어떠할까?
우리가 점심으로 먹었던 식당이다. 회비빔밥에 우럭탕을 주문했다. 제주 생막걸리를 마시고 점심을 안주 삼아 먹었는데 아무래도 낯선 곳에 와서 낯선 음식을 먹으면 우리의 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맛은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은 이내 탈을 내고 말기도 한다. 제주도에 와서는 맛있다고 음식을 과식하거나 많이 먹으면 속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으니 자신이 평소에 먹던 음식을 위주로 먹는 것을 권한다.
우도는 소를 닮았다고 해서 우도인데 우도의 머리 부분에 있는 등대는 소머리오름이라고도 한다. 우도봉 아래에 있는 우도등대는 100미터이고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등대 건물 바라 아래에 있는 설문대 할망 상은 왼쪽에는 '소망 항아리'라고 불리는 작은 항아리를 들고 있다. 소망항아리를 들고 있는 설문대 할망에게 소원을 빌어 보았다.
우도등대에서 바라본 제주 쪽 모습이다.
우도등대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말들이다. 말타기 체험이 가능하다. 가족끼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을 태우는 가족이 있고 역시 제주는 말들의 고향이다.
돌아오는 길은 하우목동항이 아니라 천진항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우도로 와서 걷기 시작한 시작이 12시가 넘어서이다. 마지막 배편이 5시인데 하우목동항까지 무리해서 5시까지 갈 수 없어서 여기 천진항에서 4시 배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선택은 나중에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석양을 볼 수 있었다는 데 결정적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유롭게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성산포항에서 차량을 끌고 서귀포 중문단지 숙소로 가는 길에 광치기 해변을 들렀다. 이곳은 올레 1코스의 마지막 종점이 있는 곳이다. 광치기 해안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그 속에는 숨은 애한이 많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징용병들과 제주 원주민들은 미국이 오키나와섬을 공격하였듯이 만약에 최후의 보루로 한국 제주도를 점령하는 것에 대비하여 제주 여기저기에 진지를 구축한다. 그중에서 성산일출봉에도 1943년 24개의 동굴 진지를 구축한다. 제주에는 동굴진지가 총 488개 존재한다.
성산일출봉은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곳으로 해돋이 명소이다. 99개의 분화구와 바위 봉우리가 성(城)처럼 보인다 하여 성산(城山)이라 불렀다.
광치기는 빛이 흠뻑 비친다라는 뜻을 가진다. 해안에 물이 빠지면 광야와 같이 넓은 공간이 생긴 데서 유래한다. 또한 아들과 아버지가 멀리 뗏목을 타고 바다에 고기잡이를 갔다가 풍랑으로 인하여 돌아오지 못하고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시신을 맞이 하기 위하여 관을 준비하였는데 그 시체로 오면 관에 넣어서 가져갔던 곳이다. 관을 가지고 죽은 가족을 기다리는 의미로 광치기라고 하였다고 한다.
광치기 해변의 맞은편에는 해가 지는 곳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공간에 펼쳐진 유채가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한박사는 모델이 기꺼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