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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Oct 22. 2023

14.욕망대신 로망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라는 노래가사가 있다.

나로 말하자면 알 수 없어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다 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모든 걸 알아버린 인생은 암울하다. 

나는 로망이 참 많은 사람이다. 로망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괜찮으니까. 바닷가 절벽에 있는 작은 집에서 아침 눈뜨자마자 나가면 바다에서 뜨는 해를 보고 싶다는 로망, 흰 시트의 침대가 있는 호텔방의 작은 나무 책상에서 나만의 글을 쓰는 로망, 결혼 20주년에는 로마에서 리마인드 웨딩사진을 한컷 남기고 싶다거나. 심지어 이런 로망도 있다. 나는 한번도 객지 생활을 혼자 해 본 일이 없기에 언젠가 아이들이 집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다 집에 오는 날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는 로망.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집을 떠나야한다) 아이가 시험을 볼 때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로망, 밤늦게 공부할 때 과일을 깎아주는 로망..어떤 로망들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절로 증명되고 있지만 말이다. 시험공부할 때 같이 기다려주는 로망은 내가 졸려서 못하겠더라.

예를 들면 집짓기에 무턱대고 로망이 있어서, '바닷가에 집짓기'같은 책은 무조건 읽고 본다. 피터메일의 '나의 프로방스'나 필 도란의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 같이 낯선 곳에서 당연한 좌충우돌을 겪으며 집을 지어가는 내용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렇게 동경하는 일이라면 언젠가 꼭 해볼만도 하지만, 내 인생에서 그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집 짓는 일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앉다는 것을 대충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을 로망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때로 어떤 일은, 정말 이루기 어려워서 인생 마지막까지도 꿈으로 남아있어야한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만큼 끔찍한 일을 없을 것이니까 말이다. 조금의 호기심, 약간의 로망은 늘 남아있어야한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아는 인생이란, 그러니까 모든 걸 이미 알아버린 인생이란 얼마나 암울한가. 그러니 우리는 실수도 삽질도 찬양하며 살아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바라고 생각하는 로망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단 그것이 욕심이 아닐 때. 즉, 욕망이 아니라 로망일때 그것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욕망이 될 때 인간은 무리하고, 속도를 내고,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욕망대신 로망만을 늘려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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