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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Nov 14. 2019

여기는 다르다

3.거리

서울에서 살 때는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 택배다. 택배는 하루만에 오지 않는다. 책을 자주 주문하던 나는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아보는 택배에서,오전에 주문해도 다음 날 오후에 받을까말까한 택배에 안절부절했다.  우리나라 당일 생활권 아니었나? 우리나라는 그만큼 작은 나라가 아니었나? 어찌나 예의 메트로시티의 속도에 익숙해져있었는지, 안그래도 성격급한 나는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그리고 서울, 수도권 지역만 배송되는 품목도 많았다. 이런 것이구나. 서울 아닌 도시의 소외감이라는 것이. 진정 ‘상대적 위치’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너무나 넓다! 

어쩌다보니 전국에 흩어져 사는 나의 친구들과,거의 매일 아침인사를 주고받는데. 그때 또한번 실감한다. 비가 오는 베란다 통창을 내다보며 커피 한잔하며 비가 온다고,하니 위쪽 지방은 해가 쨍쨍이란다. 눈 구경한지 오래된 겨울하늘은 어색할만큼 투명한데, 눈이 펑펑 온단다. 같은 날이라도 어떤 도시는 미세먼지가 지독히 높고, 어떤 도시는 깨끗하고, 같은 날이라도 내가 있는 곳은 더운데 다른 곳엔 비가 온다. 같은 하늘 아래, 라지만, 대체 얼마나 넓은 걸까? 이 나라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라는 것은, 사실은 그저 서울일뿐이었나보다. 

그러나,그리해서한입 베어문 순간 그 향에, 내가 그동안 먹은 복숭아는 무엇인가 했던 청도 도로변에서 산 복숭아나, 길가에 펼쳐져있던 포항 산딸기밭, 복숭아꽃과 다투는 봄의 매화, 배꽃, 사과꽃의 파도들, 영덕 바다 오징어를 말리던 풍경등이 모두 다른 것이리라.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가 넓다는 것을 앞으로 알게 해 줄 것들이 널려있었다. 나는 이제 어쩌면 내 생애 처음인, 진정한 대한민국 탐험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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