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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Nov 14. 2019

여기는 다르다

4.대구에선 처음 봐도 인사를

대구에 오니 엘리베이터에서도, 버스에서도, 거리에서도 처음 보는 누구나 인사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앞집사람인지 아랫집 사람인지도 모른채 "......" 하고 있었던지라, 전학 첫날 첫째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정문으로 나오는데, 교통 봉사를 하던 엄마들이 나를 보고 "안녕하세요" 한다. 길가에서 처음 본 책가방을 멘 아이가 나에게, "안녕하세요" 해서 서울 깍쟁이가 깜짝 놀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서도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안녕하세요" 한다.     

이것이 바로 좋은 말로 하면 '정(情)'의 발로이고, 좀 과장되게 말하면 오지랖일까? 서울 깍쟁이 입장에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사는 힘이 되는 오지랖. '혼자 있는 게 좋지만 외로운 것은 싫'은 사람들을 외롭지 않게 하는 멀고도 가까운 그 단어.

은행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거나 미용실에 가면, 잘 알던 사람처럼 심상하게 말을 건네는 정서. 

우리는 원래는 만나면 눈을 피하는 것이, 얼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늘 인사를 건네고 아는 척을 해주던 사람들이었는데, 고향에서 나와 이방인들이 되어 모이면서 서울은 조금씩 각박해진 것이 아닐까, 서울 촌놈 부부는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언제 그 사투리의 장벽과 뜨거운 여름과 늦는 택배와 잦은 인사에 지긋지긋해할 지 모르지만, 관광하듯 여행하듯 우리는 이 도시를 탐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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