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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Mar 03. 2021

그 새로운 챕터

이미 개학을 했지만, 얼마전 아이에게 연락하는 목적으로 저장해둔 아이친구의 카톡 프로필을 보다가 빵터졌었다. 봄방학 D–1이라나. 지금껏 겨울방학이었고 어차피 온라인 수업이라 매일 집에 있었을텐데, 그래도 방학이 좋은가보다. 그렇게 사람은 노는 게 제일 좋도록 태어난 것 같다. 개학이 되는 날도 신나게 꼽긴 하지만.


어른이 되고, 특히 직업이 주부가 되면 해가 바뀌어도 어떤 반이 되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미리 줄 수는 없는 낯섦을 가지고 새 공간으로 걸어가는 걸음은 허락되지 않는다. 알아서 찾아내야한다. 그렇게 자유가 나를 해치기도 한다.  나에게도 새 학년이라는 연락이 부러 왔으면 좋겠다. 조금은 찬 공기 속을 뚫고 걸어 강제적으로 낯선 공간에 긴장된 얼굴을 한 나를 데려다놓고 싶다.


나의 딸이 작은 입으로, 엄마 난 내 얼굴이 조금더 예뻤으면 좋겠어. 했다.

이제 그녀가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말같았다.

언제까지나 놀이공원에서 너구리탈을 쓴 인형과 사진을 찍어주고 솜사탕을 같이 먹는 일만을 계속 하고 싶지만, 항상 무언가는 언제나 변한다는 인생의 얄미운 진실은 예외가 없다. 너무 많은 참고서를 읽은 것처럼 너무 많은 육아서를 읽어도 현실은 당황스럽기만 하지만,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밤에 머리를 맞댈 것이다. 남편은 아이에게 꽃다발을 굳이 건네기도 하고, 아직 아이같이 보이는 잠든 아이의 통통한 볼을 하염없이 쓰다듬을 것이다. 사춘기,부모의 마음속엔 풍랑이 일고 난리법석이지만, 겉으로는 축제같은 코미디.

그래서 멀리서 보면 비극으로 보일지라도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내 삶은 그렇다. 우리 자신은 희극 것을.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잠이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 아직은  선뜩한 바람속으로 길을 나선다. 나에게도 새학기라는 연락이 강제로 왔으면 좋겠다. 아무런 개학도 방학도 새 학년과 새 반, 새로운 적응은 없는 이 일상에. 가정근무자는 이런 길목을 늘 억지로 만들며 살아야한다.

남해에 가서 봄도다리쑥국을 먹어야겠다. 그것이 나의 새 학년의 시작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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