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by 연이

강변길을 따라 산책을 하니 물 비린내가 난다.

“ 비린내가 나는 거 같지 않아? 걸음을 옮기며 물었고 돌아온 대답은 뻔했다.

“물속에 붕어들이 바글바글 있나 보네. 이렇게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는 낚시하기 딱이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낚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인데 괜한 걸 물었다. 그런데 붕어가

우리의 얘기를 듣기라도 한 걸까 철퍼덕하고 물소리가 들리더니 물고기가 뛴 자리의

일렁임이 보인다. 자기가 거기에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남편은 잉어인지 붕어인지 모르는 물고기를 만나러 갈 생각에 주말을 기다린다.


매주 토요일 약속이나 한 듯 신랑은 점심을 먹고 바로 낚시 갈 준비를 한다.

저녁밥과 간식 그리고 커피까지 알뜰히 챙겨서 발걸음 가볍게 현관문을 나선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남편을 볼 때면 그렇게 좋을까 싶다가도 그래 본인이 좋다는데

스트레스도 풀 겸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싶어 아무 소리 하지 않는다.

늦은 시간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보면 라디오도 듣고 커피도 마시며 힐링 중이란다.

구름이 없는 밤하늘에는 달도 별도 선명해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고 들릴 듯 말 듯

라디오를 켜놓아도 그 또한 좋다고 한다.

돌아가신 친정아빠의 취미는 민물낚시다.

친정에 가면 아빠는 항상 거실에서 낚시 방송을 틀어놓고 낚싯대를 닦고 계셨다.

주말이면 우리는 친정집으로 향했고 엄마는 반가움도 잠시 반찬이 없다며 걱정을 하신다.

그러고는 주방으로 가서는 냄비에 물을 끓이신다. 냉장고에서 오이를 꺼내 채를 썰고

김치도 쫑쫑 썰어 따로 담아놓으신다. 그리고 간장에 고추장은 조금 고춧가루 설탕 조금

마늘 식초를 골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드신다. 물이 끓어오르니 어디서 꺼내셨는지 잔치국수 면을 큼지막하게 한주먹 두 주먹을 넣고는 삶으신다.


오늘의 점심은 매콤 새콤 달달한 김치비빔국수인가 보다. 아이들은 간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은 간장 비빔국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냄새만으로 침이 고인다.

엄마의 요리는 뚝딱이다. 똑같은 양념들인데 나는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맛있는 비빔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나는 그대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동네 산책을 하고 들어오신 아빠가 “이서방 심심하면 나랑 바람 쐬러 한번 가보지 않을래? 낚시터에 사람이 얼마나 있나 자리 한번 보고 오지?”라며 말을 건넨다.

나는 점심을 먹은 뒤라 몸은 방바닥과 한 몸이 되었고 무거운 눈꺼풀은 감긴 지 오래다.

아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랑은 벌떡 몸을 일으켜 차 키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

그렇게 두 남자의 취미가 시작되었고 낚시방송도 함께 보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1남 4녀다.

그중에서 아빠와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은 오직 남편 한 명뿐이다.

큰사위는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낚시와는 친해질 수가 없었고,

둘째 딸은 시집을 가지 않아 사위가 없는 관계로 자동 탈락, 오빠는 낚시를 그냥 싫어하고

셋째 사위는 낚시는 둘째고 술을 너무 좋아해 탈락, 마지막 막냇사위는 술도 좋아하지

않고 차분한 성격이기에 어쩌면 낚시꾼의 기질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셨나 보다.

처음으로 낚시를 함께 간 두 남자는 하루를 꼬박 앉아서 세월을 낚았다.

남편은 낚시를 하고 온 다음날 내게 사진을 보여 주며 본인이 30센티가 넘는

엄청난 붕어를 잡았다며 낚는 순간 손맛이 짜릿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단다.

그러면서 손목도 아프다 한다. 처음 하는 낚시에 붕어까지 낚았으니 얼마나 좋을까.

그러더니 나에게 ‘아버님은 참을성이 그렇게 없어서야 어떻게 낚시를 하겠어. 나처럼

진득하니 기다리는 맛이 있어야지 때를 기다릴 줄을 모르신다니까 ‘ 라며 간도 크게 딸인 나에게 아빠를 흉본다. 이제 겨우 한번 따라간 낚시인데 벌써 꾼이 다 되어 돌아왔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올해로 12년째지만 아직도 빈자리가 나에게는 크게 느껴진다.

강변에서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들을 볼 때면 아빠 생각이 난다.

나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한없이 푸근한 사람이었고 큰소리 한번 낸 적 없고 항상

믿어주고 바라봐 주는 그런 든든한 나무 같은 분이셨다.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분이 계시지 않으니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시리고 아프다.

아빠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사람이며 나를 지탱해 주는 뿌리 깊은 나무인 것이다.

내가 지칠 때면 언제라도 찾아가 쉴 수 있게 자리를 내주고 배고파 칭얼대면 따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주고 바람에 맞서 싸우지 말라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라고 알려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매주 낚시를 가는 남편이 얄밉기는 하지만 낚시를 가르친 사람은 바로 친정 아빠이기에

낚시 가는 남편에게서 어쩌면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좋다는데 어찌 말릴 수가 있을까 아직도 남편에게는 아빠의 낚싯대가 남아있단다.

부러지고 쓸 수 없지만 버릴 수 없는 손때 묻은 아빠의 낚싯대 말이다.

오늘도 남편은 간식거리를 챙겨 낚시를 갔다. 붕어 열 마리를 잡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낚시를 취미로 가지고 있던 남자.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취미활동으로 주말이 바쁜 또

다른 남자. 나의 붕어와의 인연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궁금해진다.

혹시 딸이 결혼을 하면 사위도 취미가 낚시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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