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와 화 그리고 지금은

by 새나
콤플렉스 투성이

오랫동안 여러 가지 일을 신경 쓰며 살아온 나는 장녀 콤플렉스와 완벽주의, 강박증, 메시아 콤플렉스 등 참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살아왔다. 댐이 무너질까 봐 댐에 구멍이 없는지 수시로 살펴보면서 이쪽저쪽을 막으면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살아왔다. 늘 시간을 쪼개며 여러 가지를 챙기며 살아가는 게 몸에 배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보다는 일 중심으로 살아가는 게 생활 방식이 되었다.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애쓰느라 책 읽고 공부하고 공연도 보고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번갈아가면서 꾸준히 만나고 맡은 일엔 책임을 다하느라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해야 할 일들을 계획했고 일분일초를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 정도는 사용해야 내 생활에 충실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매일매일 해야 할 일과 약속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미있어서 다양한 강연도 찾아서 들으러 다녔고 앞서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했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았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친정과 시댁,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신경을 쓰게 되었으니 신경과민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물론 실제로 신경과민증에 걸린 것은 아니고 그렇게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뭐든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나에겐 모든 것이 끝없는 숙제 더미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화

나도 모르게 점점 짜증이 늘고 화가 쌓여만 갔다. 건드리기만 해 봐. 다 죽었어.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 봐.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마냥 내 계획이 어긋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매사에 여유롭게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내 일정에 어긋나거나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소화가 안 되고 체해서 소화제를 사무실 책상 서랍에 구비해둔다.

잘 웃는 편이라서 정색을 하기보다는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편이라서 평소에 편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의 인내가 바닥났을 때 나의 꽤 험한 반응에 깜짝 놀라게 된다.


편한 사람은 손해 보기 일쑤이고 사람들이 우습게 본다는 생각이 들고 남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부터는 마음고생하지 말고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기로 다짐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세련되고 멋있게 의사표현을 하게 되기보다는 점점 강한 말투와 표정의 소유자가 되어 가고 있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가능하면 서로 맞춰가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내가 원하는 것 대신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젠 내 의사표현을 명확하게 하고 상대방과 협의하여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성숙한 직장인이 되기 위하여 노력 중이다.


서로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


때론 협의할 것도 아닌 일이고 내가 볼 땐 너무나 당연한 것도 경력이나 배경지식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한 모두에게 공유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서 같은 방향을 보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일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누구나 어찌 됐든 본인에게 의사표현을 할 기회를 주고 사전에 공유하면 독불장군으로 일을 처리할 때보단 훨씬 이해를 잘해준다.


아무리 바빠도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협의하고 함께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땐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정과 성과의 압박으로 인해서 기본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곤 한다. 이미 댐이 터지고 나면 넘쳐나는 물을 막아낸다는 것은 매우 버거운 일이 된다.


회사의 업무뿐만 아니라 인생의 매 순간마다 스스로를 혼자라고 생각하고 뭐든지 다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가족과 회사 동료와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지금 당장은 답답하고 굳이 그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결국엔 나와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살면 살수록 실감하게 된다.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나의 생각과 계획 그리고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때,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좀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사춘기가 되기 전부터 아이들과 수시로 대화를 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이다.


keyword
이전 11화중고등학생은 다 키운 거라는 생각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