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엄마 일기
딸이 “재수할래.”라고 말하고 재수학원에 1월 2일부터 다녔으니 이제 재수 3개월 차가 되었다.
그사이 정시에 지원했다가 추합까지 기다리다가 재수 열차에 올라탄 아이들이 재수정규반으로 합류했다. 2/20부터 재수정규반으로 합류한 아이들에게 우리 딸은 재수학원 선배였다. 재수학원 선택의 기로에 선 아이들이 우리 딸에게 네가 다니는 학원은 어떠냐고 조언을 구했으니 말이다.
막상 합류하면 큰 차이가 없지만 뭐든 결정 내리기 전엔 고민이 많다. 아직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시 후에 정시는 지원하지 않고 바로 재수를 시작한 우리 딸에겐 미지의 세계였던 재수가 이미 일상이 되어 있는 2/20에 재수를 시작한 아이들은 우리 딸이 겪었던 재수 결심의 문을 열고 이제 함께 공부하고 있다.
전엔 혼자 학원 문을 나서던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인사는 하고 지내던 친구와 함께 나온다. 그래도 서로 챙겨주고 인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의지가 되는 거 같다. 학원에서 같은 반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걷는 동지가 생긴 기분이 드는 거 같다.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이겠지.
20살의 시작을 재수학원과 함께 연 우리 딸이 보기만 해도 안쓰럽고 짠했던 마음은 많이 수그러들고 이젠 재수의 밝은 면을 보고 있다. 한참 대학 교정을 거닐면서 꽃피는 봄에 꿈을 향해 걸어갈 거라고 기대했지만, 잠시 그 시작이 늦어졌을 뿐이고 소중한 기회를 한번 더 얻은 것이 재수의 의미로 남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한번 더 도전하는 이 기간이 힘들고 외로울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 더 성숙하고 인생에 진지해지지 않을까?
어렵고 어두운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재수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수학이 많이 어렵다고 답답해하지만 매일 1mm씩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저 그 걸음을 멈추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겠지. 아이는 오늘에 집중하고 오늘 걸어갈 길만을 생각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는 잠시 미뤄둔 고3의 후회도 속시원히 털어놓고 생각보다 힘들었던 재수 시절 이야기도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평일엔 아침 7시 30분에 아이가 학원에 입실했다는 문자를 받고 밤 9시 50분쯤 퇴실했다는 문자가 온다. 이렇게 250번쯤 문자를 받고 나면 수능은 끝나고 정시 지원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3월 모의고사로 현재 실력을 진단하고 6월 모의고사와 9월 모의고사를 향해 정진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절인지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우리 딸은 이미 그때도 10대에 머무르고 싶긴 했다고 한다. 10대엔 꿈만 꾸고 현실은 살짝 거리가 있어서 좋았던 것이다.
나도 그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랬듯이 우리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서 각자의 집을 이고 달팽이처럼 하루하루 살아가게 될 것이다. 단지 그 하루하루가 괴롭고 힘든 고통의 나날이 되기보다는 삶을 나눌 이들이 함께라서 살만하다고 느끼는 날들이 되길 바란다.
그 무엇보다 지금 바로 오늘이 참 빛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아이 마음속에 반짝이는 보석이 더 갈고 닦이는 날들로 소중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모든 재수생들과 수험생들의 오늘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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