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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이상한 조직

by 루케테

우리는 종종 이상한 조직을 목격한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성과를 자랑하지만, 정작 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직 전체에 독이 되는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승진하고, 포상을 받으며, 조직 내에서 모범 사례로 칭송받는다. 반대로 묵묵히 동료들을 돕고, 조직의 기반을 다지며, 장기적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주목받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러한 역설적 현상이 바로 많은 조직이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병폐 중 하나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평가 시스템의 오류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정량적 성과만을 중시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질적 기여는 무시하는 근시안적 관점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의 뿌리는 훨씬 더 깊고 복잡하다. 조직이 처한 상황과 리더십의 철학, 그리고 구성원들의 내적 성숙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낸 구조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제한된 자원과 기회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더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들은 정보를 독점하고, 동료의 실수를 부각시키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성과를 가로채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의 직접적 결과물인 개인 성과만을 보는 조직에서는 이들이 오히려 능력자로 평가받는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의 성공이 조직 전체의 실패를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내 신뢰를 파괴하고, 협력을 저해하며, 혁신 역량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다른 구성원들은 이러한 행동이 보상받는 것을 보고 학습하게 되고, 결국 조직 전체가 자기중심적 문화로 물들어간다. 그 결과 개별적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시너지가 전혀 나지 않는 기묘한 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시스템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조직에 해가 되면서도 개인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독특한 내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만 확인해 온 사람들이다.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우위를 통해서만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성공하면 자신이 실패한 것처럼 느끼는 제로섬적 세계관에 갇혀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들의 내면에는 깊은 존재론적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어떤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의 성과와 인정을 통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내적 공허함은 조직의 불안정한 상황과 만나 더욱 극대화되어, 동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라도 자신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진다.

이들의 도덕적 발달 수준도 주목할 만하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에 따르면, 이들은 여전히 관습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규칙과 보상에 의해서만 행동을 결정한다. 조직이 개인 성과를 중시하는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 규칙에 맞춰 행동할 뿐 더 높은 차원의 가치나 집단의 이익을 고려할 능력이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옳고 그름'보다 '손해와 이익'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이들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사, 부정, 합리화 등의 원시적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현실을 왜곡하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한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나만 바보처럼 양보할 필요는 없다"는 식의 합리화를 통해 자신의 파괴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적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특징이 발견된다.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즉각적인 위협에만 반응하고, 장기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이 억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미래의 결과나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정체기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조직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더욱 헌신적으로 동료들을 돕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개인적 손해를 감수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내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전체 지향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내재적 가치와 신념에 기반하여 형성했다. 따라서 외부 상황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 자아를 보유하고 있으며,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절대적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사명감과 목적 의식이 있어, 외부 보상이 없어도 지속되는 강력한 내재적 동기를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의 세계관은 본질적으로 풍요의 관점에 기반한다. 가치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결핍 사고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동료의 성장과 성공을 위협으로 보지 않고 전체 생태계의 발전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복잡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체계적 사고의 결과다.

이들은 또한 높은 수준의 자기 초월성을 보인다. 자신을 전체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개체의 이익보다 시스템 전체의 건강함을 우선시한다. 이는 종교적이거나 철학적 깨달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생태학적 사고나 시스템 이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조직들이 이처럼 명백히 해로운 사람들에게 상을 주는 이상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우선 측정의 용이성이다. 정량적 성과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평가하기 쉽다. 반면 협력, 신뢰 구축, 문화 개선과 같은 질적 기여는 측정하기 어렵고, 그 효과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또한 리더십의 근시안적 사고도 중요한 원인이다. 많은 리더들이 단기적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보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선호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에 도움이 되는 행동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더라도 당장의 성과 압박 때문에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리더들 자신도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중심적이고 경쟁 지향적인 사람들이 리더 자리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부하들을 선호하고 보상하게 된다. 그 결과 조직 전체가 점점 더 독성 문화로 물들어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조직의 성장 단계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급성장기에는 개인의 성과 추구가 전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행동의 부작용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거나 정체되면, 같은 행동이 조직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된다. 그럼에도 기존의 평가 관성 때문에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평가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 동료들의 성장에 대한 기여,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360도 평가나 동료 평가를 적극 활용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십의 철학 변화다. 리더들이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리지 않고,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 자신의 성숙도와 시각의 확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스템 사고, 복잡계 이론, 조직 심리학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내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기술적 역량만이 아니라, 감정 지능, 도덕적 추론 능력, 시스템적 사고력 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명상, 성찰, 철학적 사고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조직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개인의 성공보다는 집단의 번영을,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가치 창출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일관된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장기적 과제다.

결국 조직에 해가 되는 사람에게 상을 주는 이상한 조직의 문제는 단순한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부족, 리더십의 근시안적 사고, 그리고 구성원들의 내적 미성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가 시스템의 개선을 넘어, 조직 전체의 철학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시스템 변화가 아니라 내부의 의식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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