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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Nov 03. 2023

3% - 낙산공원

내년에는 어떤 사람이 되려나

bgm. Rain by 죠지


꽤나 오랜 기간 와보고 싶어 했던 낙산공원을 우연찮게 오게 되었다.


원래 오늘은 교회 동생들과 오전에 인왕산을 등산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비 소식에 부랴부랴 낙산공원의 야경을 보러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비가 오기도 했고 낙산공원 오기 전에 갔던 보드게임 카페에서 너무 웃었던 탓에 몸이 꽤나 피곤했다. 낙산공원은 항상 남자친구와 오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와 생각보다 만만한 산책로는 아니었고 땀도 많이 났다.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한양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낙산공원

서울관광재단 웹사이트에 따르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수도 한양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양도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성곽 자체는 총 18km 정도 되는데, 우리는 혜화역 쪽 성곽 위주로 왕복 2시간 동안 '순성'했다. '순성'은 새롭게 알게 된 표현인데, 돌아다니면서 두루 살피는 것(巡省), 성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경계하는 것(巡城)을 의미한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이사는 한 강연에서 “순성의 본래 의미는 기원이나 희망을 뜻하는데, ‘하루 만에 한양도성을 돌면 과거에 급제할 수 있다’는 말에서 속설이 퍼지기도 했다”라고 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나에게 한양도성 순성은 꽤나 의미 있었을지도? 역시나 의미부여는 즐겁다!

흐린 날씨였지만 야경은 예뻤다!

야경을 보고 있자니 슬슬 연말이 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올해의 11월은 작년보다 덜 춥다. 수능 즈음 되면 슬슬 패딩을 꺼냈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가을의 미미한 온기가 조금 더 오래 가나보다. 


우리는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끈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를 마시며 나눴던 작은 바람들을 위해서 살 수 있길. 사람들과 더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앞에 놓여있는 것들을 맞서내는 사람이 되길.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우리의 모습을 그리는 일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다. 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어야지.

인생네컷 촬영을 하고 그곳에 있던 선구리를 가져와버린 (나 아님)

작년 연말은 ‘지금보다 최악은 없겠지’ 생각했었다. 겉으로 보이기에 이룬 것도, 나를 지탱해 줄 만한 사람도 없다고 느낀 한 해의 마무리였다. 아픈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맞이한 올 한 해는, 최악이나 최고 같은 수치적인 가치판단은 365일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모든 상황들이 전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혼날 때 자주 들었던 "지금 너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데!"라는 단골 멘트가 있는데, 사실 모든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우리를 따라오던 고양이 녀석들: 먀-아

아, 어제 엄마가 전화로 "오늘도 등산 잘 다녀왔어?" 물어보셨다. 내가 연재하는 이 기록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고,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아침에 국사봉 후다닥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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