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어떤 사람이 되려나
bgm. Rain by 죠지
꽤나 오랜 기간 와보고 싶어 했던 낙산공원을 우연찮게 오게 되었다.
원래 오늘은 교회 동생들과 오전에 인왕산을 등산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비 소식에 부랴부랴 낙산공원의 야경을 보러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비가 오기도 했고 낙산공원 오기 전에 갔던 보드게임 카페에서 너무 웃었던 탓에 몸이 꽤나 피곤했다. 낙산공원은 항상 남자친구와 오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와 생각보다 만만한 산책로는 아니었고 땀도 많이 났다.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
서울관광재단 웹사이트에 따르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수도 한양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양도성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성곽 자체는 총 18km 정도 되는데, 우리는 혜화역 쪽 성곽 위주로 왕복 2시간 동안 '순성'했다. '순성'은 새롭게 알게 된 표현인데, 돌아다니면서 두루 살피는 것(巡省), 성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경계하는 것(巡城)을 의미한다.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이사는 한 강연에서 “순성의 본래 의미는 기원이나 희망을 뜻하는데, ‘하루 만에 한양도성을 돌면 과거에 급제할 수 있다’는 말에서 속설이 퍼지기도 했다”라고 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나에게 한양도성 순성은 꽤나 의미 있었을지도? 역시나 의미부여는 즐겁다!
야경을 보고 있자니 슬슬 연말이 오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올해의 11월은 작년보다 덜 춥다. 수능 즈음 되면 슬슬 패딩을 꺼냈던 기억이 나는데, 올해는 가을의 미미한 온기가 조금 더 오래 가나보다.
우리는 내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끈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를 마시며 나눴던 작은 바람들을 위해서 살 수 있길. 사람들과 더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앞에 놓여있는 것들을 맞서내는 사람이 되길.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우리의 모습을 그리는 일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준다. 더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어야지.
작년 연말은 ‘지금보다 최악은 없겠지’ 생각했었다. 겉으로 보이기에 이룬 것도, 나를 지탱해 줄 만한 사람도 없다고 느낀 한 해의 마무리였다. 아픈 시간들을 떠나보내고 맞이한 올 한 해는, 최악이나 최고 같은 수치적인 가치판단은 365일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모든 상황들이 전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혼날 때 자주 들었던 "지금 너 시기가 얼마나 중요한데!"라는 단골 멘트가 있는데, 사실 모든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아, 어제 엄마가 전화로 "오늘도 등산 잘 다녀왔어?" 물어보셨다. 내가 연재하는 이 기록들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고,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아침에 국사봉 후다닥 다녀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