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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Oct 30. 2023

2% - 국사봉

내려놓을 줄 알아야지, 그리고 돌아갈 줄 알아야지

bgm. 아이와 나의 바다 by 아이유


퇴사를 한 내게는 월요일이 마치 주말 같다. 교회 임원, 리더로서의 바쁜 일요일 일정들을 끝내야만 온전히 혼자 쉴 수 있는 월요일이 오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게으름을 부리다가 '그래도 연재는 해야지' 생각하며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국사봉에 올랐다.

사진에 채 담기지 않는 초록이들

단풍이 한창일 시기라, 산을 오르는 내내 알록달록 물든 나무들을 만났다. 그리고 잔잔한 바람에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가장 아름다운 것들은 사진과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 그래, 조금이라도 용기를 내면 세상엔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왜 몇 미터 남았는지 안 알려줘?

산의 이정표를 보면 대략 내가 얼마나 왔는지, 정상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국사봉의 이정표는 방향만 알려줄 뿐, 남은 거리를 알려주지 않았다. '불친절하기도 해라' 싶었지만, 또 생각해 보니 원래 여정이라는 것이 그런 거다. 삶의 많은 여정들은 남은 거리는 고사하고 방향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꽤나 친절한 이정표였던 것이다. 긍정의 마인드: 물이 반이나 남았네!

공사 중이었던 국사봉 정상

정상까지 금방 올랐다. 쉬엄쉬엄 왕복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오히려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올라오는 동안 체감하지 못했던 경사에 놀랐다. 그리고 낙엽이 많이 쌓여 잘못하다가는 미끄러질 것 같았다. 추석 때 시골 할머니댁 작은 교회에 갔을 때 들었던 설교가 생각났다. 우리는 더 올라가기 위한 목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지만, 잘 내려올 준비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내려놓을 줄 알아야지, 그리고 돌아갈 줄 알아야지. 길이 없다고 생각했던 곳도 잘 살펴보면 길이 있었고, 내가 왔던 길이 보이지 않아도 분명 그 흔적들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시간들도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곁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과 그들의 좋은 에너지가 있었다.

뜻밖의 아보카도 엔딩?

금요일에는 교회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로 했다. 아주 오랜만에 혼자 하지 않는 등산이다! 아득바득 내가 아닌 것들을 추구하지 말고, 곁에 남는 소중한 것들을 보는 연습을 해야지. 나를 계속 비우고 비웠을 때, 가장 중심에 있는 것들이 단단한 아보카도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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