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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Nov 05. 2023

4% - 국사봉(2)

자기 연민, 그리고 계절성 우울증

bgm. 새소년 by 새소년


머릿속이 정리가 안된다. 생각의 파편들이 둥둥 떠 다닐 뿐이다.


오늘의 등산 기록은 굉장히 두서없을 예정.

내 머릿속을 닮은 낙엽의 배치

오늘은 여러 선택 속에서 애쓰고 있는 내가 불쌍해 보였다.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놓인 상황 탓을 하기 시작했다. 자라온 환경 탓, 이전에 내가 했던 실수 탓, 코로나 탓, 내가 불특정 그리고 특정 다수에게 준 상처들에 대한 죄책감 탓.


자기 연민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가 나를 불쌍해하는 것처럼 모순적이고 불편한 어감의 문구도 없다. 어쩌면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찾는 것이 개선에 대한 더 큰 여지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까지 265m 남음!

<100일의 등산> 1편의 국사봉 기록에는 '표지판에 남은 거리도 안 써놓다니 아주 불친절하다'라고 적어놨었는데, 오늘 보니 중간중간에 남은 거리를 적어둔 표지판들도 있었다. 아주 작은 부분집합으로 전체집합을 판단할 수 없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과잉 확신의 오류는 내가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날씨 탓인가 (탓하지 않기로 했는데)

가을, 겨울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의 분비도 줄어드는데, 이렇게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감이 생기는 것을 '계절성 정동장애' 혹은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단다.


즉 정서적 요인보다는 신체 증상인 거다. 그래서 일조량이 많은 적도 부근에서는 환자가 적고, 비교적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에 그 수가 많다. 생체 리듬을 되돌리기 위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는 광선 치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 게 재밌다. 가장 좋은 마음가짐은 '계절이 변하니까 그럴 수 있지'하고 대수롭게 넘기는 것 같다.

정감이모 저도 머랭쿠키 주세요 그리고 꼭 해야 할 일 잘하고 오세요!

몸이 텅 빈 것 같아 음식을 눌러 담았고, 이제는 속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몇 시간 잠들지 못하겠지.


긍정적인 글을 많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을 엄청 잘 찍는 유튜브 편집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하면서 내가 쓴 글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가장 잘 쓴 내 글들은 전부 회색이었다. 아무래도 내게 '글'이라는 수단은 감정을 쏟아내는 장치인가 보다.


제 부정적인 감정들이 여러분께 묻지 않길 바라요.


더 알록달록한 글을 많이 쓰고 싶다. 내일 등산 가면 알록달록한 단풍의 색감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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