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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무리

6% - 관악산

by 샤샤


bgm. 출발 by 김동률


관악산을 다녀온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글을 시작한다. 작년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의미의 등산이었기에 비록 늦었지만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훈련단 생활로 불가피한 휴식기를 가졌던 브런치 연재에 박차를 가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Screen Shot 2024-06-22 at 9.10.52 AM.png 크리스마스 다음날 등산이라니!

이 날 등산에 함께한 사람들은 내가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친구들이었다. 같이 있을 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계산하면서 행동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다. 지난 3개월간 훈련단에 있을 때도 손 편지, 인터넷 편지를 꾸준히 보내주던 고마운 사람들. 이 날 등산도 어쩌면 우리 각자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하는데에 그 의의가 있었나 보다.


Screen Shot 2024-06-22 at 9.34.38 AM.png 이제는 공군 학사 선배님! 놀랍게도 이 날 같이 갔던 4명 중 3명이 공군인이다

이 날 등산은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설산을 타보기도 했고 길도 많이 잃어서 정상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약 9시경에 출발해서 오후 2시 반까지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관악산의 표지판은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잃었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는 경로를 택했다. 절대 등산로라고는 할 수 없는 큰 돌 사이를 타고 올라가며 '이 길이 맞나?' 생각했는데, 그 길이 아니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슬슬 산을 이해하게 되었고 정상까지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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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생각나는 건 정상에 가는 길에 만난 외국인과의 대화였다. 한 여성분께서 등산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혼자 산을 오르고 계셨다. 이 쪽 방향이 정상 방향이 맞냐고 내가 먼저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이미 그분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시는 길이었다. 설산이라 미끄럽고 추울 수 있는데 운동화라니, 우리 모두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 알게 된 내용인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높고 낮은 산이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관악산 등산하는 날에도 외국인 분들이 많이 계셨다. 나에게도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는지 1, 2월에 해외여행 다닐 때 꼭 그 동네 공원을 찾아 아침에 조깅을 했던 것 같다. 타인의 건강한 모습을 동경하는 것은 꽤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많은 선택들의 원동력이 된다. 요즘 유난히 그렇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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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의 믹스 커피라니 너무 좋아

사실 작년 연말, 올해 초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 여행으로 꽉 찬 일정뿐이었다. 3년간의 군생활을 시작하기 전 후회 없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놀러 다녔다. 그 에너지 덕분에 훈련단 생활을 잘 마무리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 보이는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텼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등산을 열심히 다니고, 춥다는 이유로 달리기를 미루지 말 걸. 그리고 브런치 연재 더 열심히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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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쭉 행복하기만 하렴!

그리고 지금 나는 공군 장교로 임관하여 특기 교육을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다. 등산을 다닐 시간, 마음의 여유도 이전보다 없겠지만 꾸준히 해봐야지. '100일의 등산' 시리즈의 본래 목적은 입대 전 100번의 등산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목표를 변경하여 전역 전에 100번 채우려고 한다.


앞으로의 군생활동안 내 고민과 바람들을 산에 꾹꾹 눌러 담아야지. 두서없는 오랜만의 관악산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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