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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Nov 16. 2023

5% - 북한산

아 군대 가기 싫다 vs. 빨리 군대 가고 싶다


bgm. 오르막길 by 정인, 윤종신


이 얼마만의 등산인가!


처음 목표는 매일이었고, 그다음엔 주 3회는 가려고 했는데, 감기와 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핑계로 한 10일은 산타는 행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시험도 끝났을 겸 이번에 좋은 기회로 교회에서 북한산을 가게 되었고, 등산 여정에 다시 스퍼트를 가할 수 있었다. 물론 등산 가자는 제안에 오케이 했을 때는 북한산을 갈지도, 북한산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지도 알지 못했다.

꾸덕꾸덕 에너지젤, 군용 핫팩

센스 넘치는 사람들. 최근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온 동생이 에너지젤을, 공군 대위님인 등산 주도자가 군용 핫팩을 챙겨주었다. 에너지젤은 정말 못 올라가겠다 싶을 때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정말 힘들 때 먹었다. (하산하면서 이 첫 고비의 지점은 정상이랑 꽤나 먼 지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핫팩은 하산할 때와  그 이후에 밥 먹고 귀가할 때 요긴하게 사용했다.

 이 강아지의 이름은 북한이 일까 한산이 일까?

어쩐 일인지 모르겠지만 강아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북한산은 반려동물 반입금지라서 여기 남겨진 아이들은 유기견이거나,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야생에서 자랐거나, 오며 가며 절에서 길러지는 강아지들인 것 같다. 우리 집 강아지 우주도 계단을 정말 잘 오르는데. 나중에 같이 적당한 산 등산 가야지!


아, 까마귀랑 딱따구리도 봤다. 엄청 큰 까마귀 한 쌍이었고, 산 아랫자락부터 정상까지 중간중간 같은 쌍을 여러 번 만났다. 딱따구리는 살면서 처음 봤는데 진짜 나무에 부리를 딱딱 쪼고 있었다.

작고 작은 세상

정상에 오르고 보니 오르는 과정에서의 힘듬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상 어떤 만사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르면서는 '아, 내년에 군대 가기 싫다' 생각했는데 다 올라오니까 '빨리 군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고로 필자는 여자가 맞다) 역시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처음 하기 싫은 단계를 꾸역꾸역 버틸 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길

정상에 가보니 한국산악회에서 세운 통일서원 비석이 있었다.


내려가면서는 백운산장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1950년 6월 28일 퇴각하는 국군 장교와 연락병은 서울 함락을 비통해하며 이곳에서 자결을 하게 됐다는 설명을 보았다.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백운의 혼' 추모비를 만들고, 한 산악회에서 매년 현충일마다 추모 헌화 행사를 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소위(진)으로서 애국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개인의 집합으로서의 단체와, 단체의 일부분으로서의 개인.

내려가는 길이 더 고단했다...

지난 주말에 중요한 시험이 끝났다. 남은 전형들을 끝내고, 2월의 여행들을 계획하고, 체력시험 준비를 하다 보면 금방 훈련이 시작될 것만 같다. 굳이 굳이 고된 길을 택해 흘러가는 인생, 내가 내린 선택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추운 날씨이지만 게으름 부리지 말고 등산, 러닝 쉬지 말고 계속해야겠다. 무려 836m 높이인 북한산 정산을 찍고 왔으니 다른 산들도 겁먹을 필요 없을 것 같다. 아주 뿌듯하고 즐거운 북한산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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