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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샤 Jun 22. 2024

6% - 관악산

2023년의 마무리


bgm. 출발 by 김동률


관악산을 다녀온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글을 시작한다. 작년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의미의 등산이었기에 비록 늦었지만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훈련단 생활로 불가피한 휴식기를 가졌던 브런치 연재에 박차를 가하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등산이라니!

이 날 등산에 함께한 사람들은 내가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친구들이었다. 같이 있을 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계산하면서 행동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다. 지난 3개월간 훈련단에 있을 때도 손 편지, 인터넷 편지를 꾸준히 보내주던 고마운 사람들. 이 날 등산도 어쩌면 우리 각자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하는데에 그 의의가 있었나 보다.


이제는 공군 학사 선배님! 놀랍게도 이 날 같이 갔던 4명 중 3명이 공군인이다

이 날 등산은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설산을 타보기도 했고 길도 많이 잃어서 정상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약 9시경에 출발해서 오후 2시 반까지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다.


관악산의 표지판은 친절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잃었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는 경로를 택했다. 절대 등산로라고는 할 수 없는 큰 돌 사이를 타고 올라가며 '이 길이 맞나?' 생각했는데, 그 길이 아니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슬슬 산을 이해하게 되었고 정상까지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아, 또 생각나는 건 정상에 가는 길에 만난 외국인과의 대화였다. 한 여성분께서 등산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혼자 산을 오르고 계셨다. 이 쪽 방향이 정상 방향이 맞냐고 내가 먼저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이미 그분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시는 길이었다. 설산이라 미끄럽고 추울 수 있는데 운동화라니, 우리 모두 대단하다고 느꼈다.


어디선가 본 글에서 알게 된 내용인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높고 낮은 산이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관악산 등산하는 날에도 외국인 분들이 많이 계셨다. 나에게도 그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는지 1, 2월에 해외여행 다닐 때 꼭 그 동네 공원을 찾아 아침에 조깅을 했던 것 같다. 타인의 건강한 모습을 동경하는 것은 꽤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많은 선택들의 원동력이 된다. 요즘 유난히 그렇게 느낀다.


정상에서의 믹스 커피라니 너무 좋아

사실 작년 연말, 올해 초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매일 친구들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 여행으로 꽉 찬 일정뿐이었다. 3년간의 군생활을 시작하기 전 후회 없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놀러 다녔다. 그 에너지 덕분에 훈련단 생활을 잘 마무리했다. 아무런 걱정 없이 신나 보이는 내 모습이 담긴 사진들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텼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 더 등산을 열심히 다니고, 춥다는 이유로 달리기를 미루지 말 걸. 그리고 브런치 연재 더 열심히 할걸!


앞으로도 쭉 행복하기만 하렴!

그리고 지금 나는 공군 장교로 임관하여 특기 교육을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있다. 등산을 다닐 시간, 마음의 여유도 이전보다 없겠지만 꾸준히 해봐야지. '100일의 등산' 시리즈의 본래 목적은 입대 전 100번의 등산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목표를 변경하여 전역 전에 100번 채우려고 한다.


앞으로의 군생활동안 내 고민과 바람들을 산에 꾹꾹 눌러 담아야지. 두서없는 오랜만의 관악산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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