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 그리고 계절성 우울증
bgm. 새소년 by 새소년
머릿속이 정리가 안된다. 생각의 파편들이 둥둥 떠 다닐 뿐이다.
오늘의 등산 기록은 굉장히 두서없을 예정.
오늘은 여러 선택 속에서 애쓰고 있는 내가 불쌍해 보였다.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놓인 상황 탓을 하기 시작했다. 자라온 환경 탓, 이전에 내가 했던 실수 탓, 코로나 탓, 내가 불특정 그리고 특정 다수에게 준 상처들에 대한 죄책감 탓.
자기 연민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가 나를 불쌍해하는 것처럼 모순적이고 불편한 어감의 문구도 없다. 어쩌면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찾는 것이 개선에 대한 더 큰 여지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100일의 등산> 1편의 국사봉 기록에는 '표지판에 남은 거리도 안 써놓다니 아주 불친절하다'라고 적어놨었는데, 오늘 보니 중간중간에 남은 거리를 적어둔 표지판들도 있었다. 아주 작은 부분집합으로 전체집합을 판단할 수 없음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과잉 확신의 오류는 내가 자주 범하는 실수이다.
가을, 겨울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멜라토닌의 분비도 줄어드는데, 이렇게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감이 생기는 것을 '계절성 정동장애' 혹은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단다.
즉 정서적 요인보다는 신체 증상인 거다. 그래서 일조량이 많은 적도 부근에서는 환자가 적고, 비교적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에 그 수가 많다. 생체 리듬을 되돌리기 위해서, 하루에 일정 시간 햇빛과 비슷한 광선을 쬐는 광선 치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 게 재밌다. 가장 좋은 마음가짐은 '계절이 변하니까 그럴 수 있지'하고 대수롭게 넘기는 것 같다.
몸이 텅 빈 것 같아 음식을 눌러 담았고, 이제는 속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몇 시간 잠들지 못하겠지.
긍정적인 글을 많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을 엄청 잘 찍는 유튜브 편집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와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하면서 내가 쓴 글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가장 잘 쓴 내 글들은 전부 회색이었다. 아무래도 내게 '글'이라는 수단은 감정을 쏟아내는 장치인가 보다.
제 부정적인 감정들이 여러분께 묻지 않길 바라요.
더 알록달록한 글을 많이 쓰고 싶다. 내일 등산 가면 알록달록한 단풍의 색감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