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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Oct 31. 2021

오늘 나의 표정은 어떤가요

잘 웃는 사람이 목표


어릴 적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무표정이었다. 혹은 입은 웃고 있으나 눈은 웃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지금도 별 다를 바 없는 표정이다.

나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편이다. 아니,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서툴고 누군가 그걸 알아채는 것이 불편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먼저 얼굴 표정에 드러나니 그냥 감추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딸아이는 엄마인 나의 표정을 보며 눈치를 살핀다. 아직 어린아이를 눈치 보게 만든다고 한 소리를 듣곤 그나마도 위안으로 어? 나한테 표정이 있구나 안도했다. 그래서 물었다.

“엄마는 오늘 어떤 표정이야?”

“나빠.”

“응? 좋을 땐 없어?”

아, 나는 왜 내 기분과 표정을 내 아이에게 묻고 있는가. 다행히 팩트 폭격기인 딸아이는 늘 솔직하다. 엄마의 표정이 좋을 때도 있단다. 그야 물론 엄마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그렇다, 나는 내 관심 밖의 일은 굉장히 귀찮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나 내 몸을 살폈을 때, 그때의 내 몸 상태가 그날 하루 내 언행을 좌지우지했다. 행복한 일보다는 짜증 내는 일에 익숙한 이유도 바로 그것들 때문이다.



요즘 거울을 보는, 사실 거울 보는 게 두려운 나의 표정은 인상 팍 그 자체다. 나도 잘 안다. 주기적으로 건강을 얻고 몸무게를 얻거나, 건강을 잃고 몸무게도 잃는 이상한 순환이 반복되고부터 더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무던히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출근시간이 되면 부랴부랴 옷장을 열고 채비를 하는데 이건 늘 옷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뚱이가 문제다. 그러니 표정은 갈수록 말이 없다.

오늘 류마티스 내과 정기 검진을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은 분명 루푸스 활성도를 보는 수치도 좋아졌고, 빈혈 수치도 정상권에 진입했고 다 좋습니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별로였다. 이미 만삭 때의 몸무게를 돌파하고 상심해 있는데 우리 집 팩트 폭격기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잘 맞던 옷도 맞지 않고,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레이노 증상도 계속되니 나는 종종걸음으로 불편한 표정을 하며 내 가족들에게 짜증을 낸다.



나는 잘 웃는 사람이 부럽다. 그 사람의 속이야 어떻든, 내가 마주하는 그 사람의 표정이 나에게도 전염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속상할 때도 많다. 마음은 내가 조금 힘들어도 더 웃고, 더 챙겨야지 생각하는데 행동으로 옮기기 힘든 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늘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요즘 부쩍 더 나를 잘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을 겨울이면 더 말썽을 부리는 몸이지만, 요즘은 그런대로 괜찮고 소량의 약으로도 잘 다스려지니 내 기분이 내 가족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쁘게 전달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고 했으니 늘 기분 좋게, 사소한 일에도 웃을 줄 아는 마인드를 갖고 조금 더 웃는 연습을 해 봐야겠다.

나도 나만의 좋은 표정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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