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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Jan 08. 2022

오늘 잘 주무셨나요?

단잠이 고픈 하루



오늘도 하품이 끊이질 않는다. 꽤 오랫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나쁜 습관을 배고 있다. 누워서 쉬이 잠이 들지 못하기 때문에, 새벽에 잠깐 깼다 너무 이른 시각인걸 확인하곤 다시 잠들어서라는 건 물론 다 핑계겠지. 그래도 잠이 보약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 그른 것이 없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12월 마지막 주에 겨울방학을 시작한 아이와 내 휴가가 겹쳤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를 얻지 못했던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아이 학원 방학 일정이 나와 맞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지난 시간에 비하면 정말 감사한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그저 흘려보낸 것이 많아  아쉬움이 더 큰 몇 날이기도 했다. 이것저것 읽고 싶은 책도 많았고, 정리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계획만 거창했지 이룬 것은 극히 일부였다. 휴가 시작과 동시에 클레임 전화를 받아야 했고, 주말에만 긴 시간 함께 있던 딸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하느라 쉬었다는 느낌 없이, 썩 유쾌하지 못했던 고단한 방학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주말을 포함하여 9일을 쉬고, 10일째 출근을 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이 많았다. 학원 가기 전 삼십 분을 혼자 집에 두고 온 아이와 내가 해야 할 일 사이에서 가장 먼저 치였다. 핸드폰이 갑자기 꺼지는 바람에 학원가는 알람을 듣지 못할까 봐 잔뜩 겁을 먹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출근하자마자 일거리를 챙겨 들고 나오면서 내 또 다른 한 손에 쥐고 있던 장갑 한 짝은 어디에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근무하는 층으로 가던 길에 다른 업무를 보아달란 부탁을 받곤 내 짐을 2-3층 어디에 올려둔 줄도 모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허둥대며 찾아야 했다. 잃어버린 건 짐이 아니라 내 정신이었다. 출근 첫날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다시 이틀 째가 되었다. 다행히 친정 엄마가 오셔서 딸아이를 잠깐 봐주셨다. 이른 아침부터 채혈을 하고 돌아와서인지 어제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잠깐 누인 내 몸은 1시간을 넘게 꿈속을 헤매다 돌아왔다.

“아, 잘 잤다!”



어려서부터 나는 잠이 많았다. 늦게 잠든 탓도 있었지만, 꽤 오래 그리고 푹 자야만 온전한 하루를 살 수 있었다. 오죽하면 동생들이 날 잠만보라 불렀을까. 그런 내가 어른이 되어 나이를 먹으면서는 스스로 잘 잤다고 생각되는 날이 드물었다. 물론 나를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흥미로운 것들 때문인 날도 있었지만, 마음 푹 놓고 자는 날은 몇이나 되었을까 싶다. 아직도 단잠 자는 비결 같은 건 모르겠지만 단잠은 늘 희망사항이다. 누가 보아도 피곤한 눈으로, 생기 없는 표정으로 살다가도 꿀맛 같은 잠 한 자락에 덩달아 신이 나는 것이다. 잠을 자야 짜증을 덜 낼까라는 말은 내게 건네는 아이의 18번이다. 씁쓸하다. 그러니 내게 잠은 잠 이상인 것이다.


누군가는 자는 시간도 아깝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잠은 다른 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통로인 동시에 내가 잠들었다 깰 때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무언의 힘이고 영양제이다.


이건 어쩌면 투정일지 모른다. 푹 길고 단 잠을 좀 잤으면 좋겠다는 바람인지도 모른다. 아니다, 모처럼만의 꿀잠에 기뻤던 한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던 거라 해 두자.

오늘 잘 주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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