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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Mar 02. 2019

캠핑이 좋아

제주캠퍼들

캠핑/45x45cm/한지에 채색/2017 by.루씨쏜


눈부신 네온사인 대신 촘촘한 별이 까만 바다에 내려앉고 현란한 미러볼 대신 노란 달이 하늘에 덩실 떠오르면 제주 캠퍼들의 파티는 시작된다. 마트에서 사 온 도톰한 흑돼지를 굽는다. 익는 동안 맥주 한잔을 들이키면 이미 바다에 들어간 양 온몸이 알싸하고 시원해진다. 친구가 알려준 어묵 구이를 만들기 위해 고기 옆에 어묵도 가만히 올려놓는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으면 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고 고추장 찍은 구운 어묵과 김치를 넣어 크게 한 쌈 먹는다. 그렇게 육류, 어류, 채소가 한데 어우러진 쌈은 세상이 모두 담긴 맛을 보여준다. 저 멀리서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오늘처럼 제주의 하늘이 붐볐던 날이 또 있을까.  

 

배가 불러오면 그대로 바다에 들어간다. 보는 이도 보이는 것도 없으니 밤 수영은 낮의 수영과 달리 격식이 없다. 남편과 친구가 신나게 수영을 즐기는 동안 수영을 못하는 나는 바닷속을 걷는 바다 산책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깜깜한 바다를 향해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은 설렘으로 무서움은 평온함으로 변한다.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어선들의 불빛과 달빛에 의지해 걷는다. 너무 적막해 내 몸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마저 크게 느껴진다. 발을 앞으로 디딜 때마다 물의 파동과 함께 별들은 조용히 흩어진다. 조용해지니 더 명확해지는 혼자라는 느낌.


현대인들은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 혼자 있다고 해도 게임을 하거나  SNS를 하고  문자를 주고받는다.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어있기에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더 외롭다. 늘 누군가를 신경 쓰고 다른 이들과 함께하려고 애쓰느라 정작 '나'를 바라 볼 시간이 없다.

아주 조용하고 깜깜한 이곳에서 나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느낀다. 세상의 조명이 다 꺼지고 오직 나만이 달의 핀 조명을 받는다. 이 넓은 바다에서 온전히 내가 주인공이 된다.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나는 그저 작은 점. 나의 고민과 많은 잡념들 그리고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 그것은 더 작은 점. 깜깜한 바닷속으로 흘려보낸다. 그것들은 파도를 만나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곤 이내 소멸한다.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텐트에 돌아와 잠을 청한다.

별 가득한 밤하늘은 이불이, 파도 소리는 베개가 된다. 불편한 잠자리인데 이상하게 편안한 게 바로 캠핑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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