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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바람 Oct 27. 2024

치매 어르신: 거주지 정하기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구 중 혼자 지내시는 단독가구가 33%, 노인 부부만 사는 경우가 55%로 대부분 노인만으로 가구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49%의 어르신이 건강이 악화되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경우에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십니다.  주위 환경에 익숙하고 동네 친구도 있으니 저라도 섣부르게 이주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정기적으로 어르신을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사도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치매어르신의 경우에는 지인이나 단체 같은 사회적 관계는 점점 줄고 보호자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거지도 이를 잘 고려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시고 눈에 띄게 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분께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여쭤보셨습니다. 함께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저는 아직 혼자 생활하실 수 있는 정도라면 자식의 거주지 근처로 이사를 하시는 게 어떨까 말씀드렸습니다. 제주도는 항공편으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보호자가 바로 찾아뵙기도 힘들고 기상 상황 등 변수도 많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어르신의 잔존능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이 익숙해져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아있는 것이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증상이 심해질수록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어려울 뿐 불가능하다고 미리 결정해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남은 날들 중에 지금이 가장 좋은 상태일 테고 가장 빠른 날이니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치매어르신이 따로 사시는 경우에는 홈카메라를 설치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전화를 잘 받지 않으시거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물론이지만 자주 확인할 수도 있고, 직접 큰 소리로 부를 수도 있으니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에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처럼 강박적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고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면 혹시나 해 낮에 회사 일을 하다가도, 한밤중에도 먼 거리를 달려간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보호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알맞게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결정하면 되겠지요.


요새 인기가 있는 실버타운의 경우에 독립생활이 가능한 어르신만 입주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독립생활이 가능한 시점에 입주하였다면 나중에 인지 능력 등이 저하되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생활 반경이 넓지 않아서 증상에 따라 오래 거주가 가능하기도 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실버타운에 입주하였다가 다시 나오시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노인네들만 있어서 칙칙하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실버타운의 좋은 환경보다는 가족이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는 가까운 위치가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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