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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의 모순

시작을 넘어 지속으로

by 루씨


'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며, 모두에게 적합한 길이란 없다. 누구든 자기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반야심경 마음공부>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 지나온 발자국을 되돌아본다.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사람을 만났나. 그곳으로 발을 떼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한 걸음 한 걸음 마주한 수많은 관계는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응집되어 또 다른 걸음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경험’. 내가 발을 떼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 생소한 리투아니아로 교환학생을 떠나고, 초창기의 비건 식품 업계에 발을 들였던 것도 그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새로운 경험은 곧 최초의 경험이다.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길을 처음 들어서는 것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늘 새로울 수는 없고, 어느 순간에는 그 길을 계속 걸어 나가야 한다. 새로운 경험이 켜켜이 쌓였을 즈음, 결국 그 발걸음을 이어갈 의미는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나 대신 누가 운전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에 도착하려면 당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지음, 이지연 옮김



되돌아보니 나는 꽤 모순적이었다. 스타트업에 입사해 놓고 체계가 없다며 불평하고, 도입기 시장에 발을 들이고는 해내야 할 일이 많아 힘들어했다. 내가 자초해서 그 길을 선택했지만, 길 위의 장애물을 피하기는 싫은 모순적인 태도인 셈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처럼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간다면, 그 끝에서는 멋지게 성장한 내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문제였을까. 잔뜩 부풀려진 환상은 현실 속에서 더 큰 장애물로 돌아와 나를 막아섰다.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들어간다고 끝난 게 아니다.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장애물은 알아서 나를 비켜주지 않으니, 어떻게든 피해서 나아가려는 이유와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시작은 바깥에 있더라도, 지속은 내 안에 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발자국이 남겨진 길들 중,

두세 걸음 더 내디딘 길에서 나만의 이유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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