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이 불안과 두려움일지라도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에는 헤매느니라.’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문득 내 삶의 목표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한 건 서른쯤이었다. 하루를 회사로 시작해 회사로 끝내며, 자기 전에는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뒤집어놔 불면에 시달렸다.
주어지는 일은 점점 내 능력 밖에 이르렀지만, 어떻게든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발악했다.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나를 덮쳤다. 하지만 애쓸수록 일은 마음처럼 풀리지 않고 나는 좌절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더 깊이 빠지고 있었다.
‘자신만의 나침반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해 다른 사람의 나침반을 흘낏거리며 산을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정이 자신이 원하던 길이 아님을 깨달은 그들은 이내 지친다. 자신에게 유일한 여정이라야만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
<수련: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배철현 지음
어쩌면 난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편적인 화려함에 이끌려 여기로 가면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
어차피 미래는 불안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늘 존재한다면, 더 늦기 전에 나만의 여정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려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그리고 싶은지 알아야 했다.
그렇게 나는 온 길을 되돌아,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