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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상은 시끄러웠다. 바이러스로 팬데믹이 선언되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뉴스에서는 뭐든 올해가 최초라고 하는 것이 많았다. 하도 많이 들은 소리라서 다 진부하게 들렸다. 세상은 시끄러웠지만 내 일상은 단조로워졌다. 예년에 비해 만난 사람도 아주 적었고, 집 이외의 곳을 거의 가지 않았다. 시끄러웠던 세상과 달리 내 세상은 조용했다. 활동이 줄어들자 기쁨도 줄어들었다. 왜 이렇게 재밌는 일이 없지, 그런 생각을 자주 했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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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 없었던 것치곤 낯선이와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다. 물론 전화로. 코칭 자격증을 취득하고 유료 코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참여를 했다. 거기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나처럼 살면서 고민하고, 어떤 것은 견딜 수 없어했으며, 후회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들의 감정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내 감정도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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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발자국만 떨어져서 보아도 일부 고민들은 쓸모가 없었다. 앞으로 뭘 할지 걱정하는 일은 별로 할 필요가 없었다. 그건 십 년이 지나도, 이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걱정할 에너지로 지금 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좋은 것들을 해나가면 된다. 그럼 그 현재가 쌓여 더 좋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자동으로 해결된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반으로 깎였다. 브런치에 일에 대해 쓰려고 파놓고 일 년째 빈 채로 있는 매거진도 이제 채워볼 힘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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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나는 역할이 크지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과업이 생기게 되자 회사일도 다르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회사와 나의 존재감을 똑같이 상정하고,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는 회사에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있었다. 내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끌려가면서, 나름 버틴다고 생채기가 나고 소모되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고려하니까 '나'가 회사보다 좀 더 커졌다. 나는 단순히 회사가 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 그런 관계 속에서 회사를 바라보니, 회사가 가는 방향 속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이제 끌려가지 않고, 내가 가기로 한대로 가면 된다. 마음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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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천오백 년 전에 원효대사가 해골물 마셔가며 알려줬던 진리를 이렇게 뒤늦게 깨달아 본다. 그런 면에서 2020년은 집안에 갇힌 한 해였지만, 내가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갔던 한해로 남을 것 같아서 소중하게 느껴진다. 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해보자고 한 트윗에 어도비가 Ctrl+Z(실행취소) 라는 댓글을 달았던데, 나에게는 그래도 꽤 그럴듯한 한 해였다. 보이지 않지만 또렷한, 역설적인 한 해를 보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