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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May 24. 2023

쉽게 뒤집히지 않는 데이터

조직 건강성 측정 이야기(1)

사람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환경을 만들려면 결과로 내려는 지표가 관리가 되어야,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관찰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집중을 지표로 관리해야 하는데, 집중을 어떤 지표로 관리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사람들이 쓰는 PC 환경에서 스크린 세이버가 얼마나 자주 작동되는지를 집계할 수 없을까, 하는데 생각이 닿았다. (일반 근로자들은 질색할 얘기다. 내 PC 스크린세이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현실화가 어렵다는 건 알지만 가능성이라도 알아보려고 관련 부서에 문의를 했는데 기술적으로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 깔끔하게 포기한 적이 있다.


인사적 데이터를 불법적이지 않고, 보안 요건에 맞으면서 구성원의 반발심 없도록 수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인사 조직에서는 많은 데이터를 주변인들의 말에서 얻는다.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그렇게 알게 된 이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 회사를 대표할만한 집단이 맞을까?


그런 이유로 직무와 연령을 조합하여 인터뷰할 집단을 미리 구성하기도 한다. 대표성을 가진 집단을 만들어내려면 세그먼트당 최소한 1명은 인터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담당자가 많은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야 보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그런데 보고 받은 사람의 머릿속에 전혀 다른 생각이 있다면? 그건 일부의 생각이고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 의사 결정자의 이런 말 한마디로도 바로 쓸모없는 자료가 되어버릴 수 있다. 그건 특정 조직이 그렇지 우리 조직은 그렇지 않다. 종합적으로는 그렇지만 개발자는 그렇지 않다, 이런 식으로 금방 자료는 다시 찬밥이 된다. 담당자 입장에서도 현업에 있는 리더가 그런 말을 하면 정말 그런가, 하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찬밥이 될 수 없는 데이터를 얻고 싶었다. 신뢰도 98%의 대선 여론조사 같은 그런 데이터 말이다. 그런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설문에 참여하고 '솔직하게' 응답할 수 있는 조사여야 했다. 강제로 답변시키니까 그렇지, 임원들 평가로 쓰니까 보복당하지 않으려고 좋게 응답하는 거지,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는 설문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일단 만들 때부터 구성원들과 함께 해야만 했다. 그래서 스무 명 남짓한 현업 구성원들을 설득해서 서너 개월 주 1회 미팅을 같이 하기로 했다.


그렇게 조직 건강성 측정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조직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니,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구나 싶습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피플 데이터 분석이나 조직 개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실텐데요. IT회사에서 여러가지 부침을 겪으며 깨달은 사실이 각박한 시절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박한 시절에는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줄어들기 마련이죠. 어려운 시절이 끝나도 그 시간이 남긴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조직에 남기기도 합니다. 어려운 상황일 수록 사람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함께 거들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조직 건강성 측정에 대한 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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