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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Nov 23. 2022

일상의 논어 <자한子罕20>-견진미견지見其未見止


子謂顔淵曰 惜乎 吾見其進也 未見其止也

자위안연왈 석호 오견기진야 미견기지야


-공자가 안연을 일컬어 말했다. "애석하구나. 나는 그가 나아가는 것만 보았지 그쳐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구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한> 편 18장을 사전에 읽어야 합니다. 진進과 지止가 거기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한> 편 19장도 미리 읽어야 합니다. 안회에게 있어 진과 지의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안회가 나태와 안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사람임을 압니다. 늘 학문과 수양에 최선을 다했던 안회가 세상을 떠나고 없음을 슬퍼하며 그와 같은 인재의 상실을 안타까워하는 공자의 마음이 위 구절에 잘 나타나 있지요. 


사랑했던 모든 것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으로 남은 모든 것은 사랑했던 것입니다. 사랑했던 대상을 사랑하는 대상으로 품고 살아가는 자는 선한 사람입니다. 사랑의 경험을 통해 기껏 미움만을 남기는 자야말로 어리석은 사람이지요. 진실은 언제나 자기 안에 있는 것입니다. 


거짓, 위조, 조작, 불공정, 몰상식이 아무리 공정과 상식의 외피를 두른 차별적 법치의 칼날을 휘두른다 해도 진실을 모조리 벨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의 가슴 안에 간직된 진실은 용기라는 방패를 들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사랑의 능력을 갖지 못한 자들이 조장하는 위선과 증오로 가득한 사회, 고소와 고발이 넘치는 사회, 주눅들고 위축되어 자기 검열이 일상화된 사회로의 회귀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안회의 추억을 가진 공자처럼 우리에게는 결코 망각할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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